by최정희 기자
2023.03.16 15:00:00
16일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 주제로 기자간담회
18년간 194회 금통위 전후 5만개 이상 기사 분석
금리 결정보다 '성장·물가', 포워드 가이던스 영향 더 커
긴축하면 외려 '경제는 탄탄' 정보에 성장 전망치 상향 조정
"중앙은행, 언론 통한 대중과의...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작년 7월 13일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대출금리도 높아지고 투자, 소비가 줄어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아니면 50bp나 인상하는 것을 보니 실물경제가 생각보다 탄탄하다고 생각했나.
한은이 6%대 고물가에 빅스텝 금리 인상을 할 것이란 전망이 금리 결정 이전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다보니 금통위 당일에는 정작 기준금리 결정 정보보다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금리 결정의 근거가 된 정보들 또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이 긴축을 하면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가 탄탄하니 금리를 올렸지라는 정보가 새로 입력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은 외려 상향조정되는 식이다. 이러한 각종 정보들이 전통 언론을 통해 소비되면서 중앙은행이 언론을 매개체로 일반 대중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박 위원이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이용해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94회 금통위 회의 전후에 나왔던 5만2273개의 기사를 금통위 전날과 금리 결정 발표 직후의 기사 논조를 비교한 값을 ‘서프라이즈 지수’로 규정해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 변화와 기사 논조 변화(통화정책 충격)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나타나지 않았다.
예컨대 2008년 12월 기준금리가 무려 1%포인트 인하됐는데 기사의 논조는 외려 마이너스(-) 0.1 변화하는 데 그쳤다. 기사 논조 변화의 마이너스 값이 크면 클수록 기사가 금통위 전과 비교해 ‘비둘기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고 1에 가까울수록 ‘매파적’으로 변했다는 의미다. 당시엔 금융위기로 실물경제 악영향을 우려해 90%의 채권 딜러가 대폭 금리 인하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도 마찬가지다.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50bp 금리 인상을 했지만 기사 논조 변화는 0.27로 매파적으로 변했지만 그 값은 크지 않았다. 당시에도 채권딜러 83%가 50bp 인상을 예상했다.
반면 2010년 10월 금리를 동결했을 때 오히려 기사 논조의 ‘서프라이즈’ 값이 커졌다. 당시 금통위 전후 기사 논조 변화는 -0.38 수준으로 비둘기적이었다. 직전 세 번의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고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해놓고서 금리 인상이 아닌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에 대해 기사 논조가 금통위 전 0.35에서 180도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당시엔 금통위가 ‘불통’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박 위원은 “기사 논조 변화의 서프라이즈는 예상치 못한 통화정책 결정도 있지만 중앙은행 소통에서 드러난 경제 상태에 대한 정보, 향후 통화정책 방향(포워드 가이던스) 등에 대한 정보를 준다”며 “기준금리 변화는 1년짜리 채권시장 금리와 관련이 있지만 경제 정보, 포워드 가이던스 등 기사 논조 변화를 통한 정보는 하루 짜리부터 10년짜리 장기물 뿐 아니라 3년 국채 선물을 10분 단위로 측정한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긴축 통화정책의 충격에도 민간 전망 기관에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 위원은 “연준 발표가 민간의 기대보다 긴축적일 때 시장참가자들은 연준이 향후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된다는 2018년 연구결과가 있는데 한은이 2021년 연구한 결과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효과를 높이고 독립성,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반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그 매개체 역할을 언론이 하고 있어 중앙은행의 소통 노력과 언론 역할이 중요하다”며 “언론의 기사 논조 변화가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보 효과(경제 전망 정보, 포워드 가이던스)가 소비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앙은행이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기사의 양과 깊이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양적완화(QE)’를 예로 들며 중앙은행이 가진 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양적완화(QE) 정책은 초기에는 부실화된 MBS(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시장조성자 역할이었고 그 이후 등장한 장기 국채 매입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역할인데 이를 구분없이 사용하다보니 혼선이 생겼다”며 “최근 학계에서 이를 ‘QE의 원죄’라고 해서 논의하는데 영국이 양적긴축(QT)을 예고한 상황에서 감세 논란으로 인한 국채 폭락 사태가 나타나자 QE를 하겠다고 하면서 혼선을 줬는데 사실 각기 다른 역할에 대해 QE라고 퉁쳐서 부르면서 혼란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QT는 긴축 통화정책의 일환인 반면 국채 매입을 통한 QE는 최종 대부자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작년 10월말 레고랜드 때 했던 유동성 공급은 한은이 최종 대부자, 시장조성자 역할을 한 것이지 통화정책은 아니었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크레디트스위스(CS)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역시 최종대부자 역할”이라며 “이들의 가장 큰 원칙은 사태가 해결되면 다시 정책이 회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