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오사카' 따라가보니 "두 정치인 알면 참 슬프겠다"
by박지혜 기자
2018.04.20 11:28:03
드루킹 "처리하겠다" 답한 기사 댓글보니...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전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 김모 씨에게 보낸 10건의 기사 가운데 그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이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20일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총 10건의 기사 링크를 보냈고 드루킹은 “알겠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누리꾼의 이른바 ‘성지순례’가 된 10건의 기사 가운데 삭제된 2건 외에 댓글이 없는(19일 이후 댓글 제외) 기사는 2건이었다.
댓글이 가장 많은 기사는 <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안 “중기·벤처가 만들어야”> <문재인 측, ‘치매설’ 유포자 경찰에 수사의뢰...“강력대응”><부총리·교육부장관 김상곤, 법무 안경환, 국방 송영무(종합)> 순으로, 1000~3000개 가량의 댓글이 달렸다. 나머지 기사는 댓글 수나 ‘좋아요’ 수가 100~300건으로 비교적 적었다.
이 가운데 <부총리·교육부장관 김상곤, 법무 안경환, 국방 송영무(종합)>의 호감순, 공감비율순 댓글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드루킹과 관련 인물들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 기사 댓글도 있었다.
앞서 김 의원 관련 기사마다 ‘오사카’라는 댓글을 달았던 아이디 mapo****, budd****가 <문재인 측, ‘치매설’ 유포자 경찰에 수사의뢰...“강력대응”>에도 보였다.
이들은 “목기춘당 손가혁 일베충들 또 문나잇으로 마무리하는 시간이구나? 아직도 모르나 그럴수록 지지율은 더 올라가는 걸… 문후보님 화이팅”, “안철수와 이태규는 이게 새정치입니까? 조류정치?”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 나온 <막판 실수 땐 치명상… 문 캠프 ‘SNS·댄스 자제령’> 에는 ‘드루킹’이 사용한 ‘tuna69’로 추정되는 누리꾼의 댓글도 등장했다. tuna****는 “신중하게 남은 일주일 준비하는 더민주가 믿음직 스럽습니다. 19대 대통령은 역시 문재인!”이라고 남겼다.
다만 이 아이디로 작성된 댓글의 ‘좋아요’ 수는 100회 정도로,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을 썼다고 보긴 어려웠다.클릭을 반복하도록 명령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크로는 2000년대 후반까지 네이버에서 검색 시 상위에 노출되기 위한 방편으로 인터넷 마케팅 업체들이 활용해 왔다.
한편, ‘김경수 오사카’ 댓글이 시작된 지난 2월 23일 경향신문 기사 <김경수 “문 대통령 가끔 만나… 그분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남·북·미 관계>에선 ‘경공모’의 분열도 포착된다. 경공모는 드루킹이 이끈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이다.
이 기사에서 누리꾼 happ****는 ‘김경수 오사카’ 댓글을 남긴 한 누리꾼을 저격하며 “오사카란 단어도 누가 먼저 썼는지 내가 아는데 당신이 몰라? 비밀쪽지 이용해서 주동자들이라도 설득하고 삭제하는 성의를 좀 보이시길. 우경수에서 당신과 몇 명이 억지로 안희정 홍보하고 민주당 대표 포함 몇몇 욕한 거 말고 진짜 순수한 미소천사 경수 팬 출신들이 다른 정치을 비방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어? 김경수가 갈라지고 비방하는 거 싫어해서 지지자들이 못하잖아. 멋대로 음모 꾸미고 궁예질하니?”라고 비난했다.
이어 “다른 사람도 아닌 안희정 팬 ‘mapo’들이 카페에 ‘좌표’를 찍고 3일 지난 기사에 악플을 달고 있다니, 두 정치인이 알면 참 슬프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경공모의 한 회원이 말한 내용과 맞물린다.
경공모 회원은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한 게 있는데 논공행상(論功行賞)을 바랄 것 아니냐. 그런데 그게 잘 안 됐다”며 오사카 총영사 청탁의 경우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김경수 의원이 가망이 없어지자 안희정 전 지사와 접촉을 했다. 그래서 강연도 성사되고 회원들 호응이 굉장히 많았었는데 안 전 지사가 ‘미투’로 낙마하자 (드루킹은) ‘청와대가 종교적인 음모로 안 전 지사를 낙마시켰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자신도 황당했다는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