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8RXH &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 - 실용적 크로스오버에 대한 또 다른 유럽의 답안지
by박낙호 기자
2016.06.14 13:26:50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지금은 바야흐로 크로스오버의 시대다. 크로스오버 차량의 출발은 이상한 디자인으로 치부되며 정도에서 벗어난 차량으로 평가 받았지만 요즘은 장르를 뛰어넘는 존재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환영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운 장르를 지향하는 모델들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크로스오버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내놓았다.
푸조 508RXH와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는 분명 유럽 태생이지만 한국 시장이 말하는 유럽, 즉 독일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서 두 차량의 등장은 말 그대로 독일이 아닌 또 다른 유럽이 제시하는 실용적인 크로스오버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연 두 차량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우선 두 차량의 제원을 살펴보면 먼저 푸조 508RXH의 전장과 전폭은 508과 맥락을 함께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전장은 508과 같은 4,830mm에 이른다. 대신 역동적인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해 전폭을 1,865mm까지 늘리고 지상고를 높이며 전고를 1,525mm까지 끌어 올렸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전장과 전폭, 전고가 각각 4,635mm와 1,865mm 그리고 1,545mm에 이른다. V60 크로스컨트리가 다소 짧지만 전체적인 비율을 비슷한 편이다.
푸조는 508RXH를 공개하며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해 더욱 스마트해진 모델이라며 ‘올 로드 그랜드 투어러’라는 명칭을 앞세웠다. 아무래도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왜건’의 속성을 담아 냈다고 하기엔 자신감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물론 왜건 모델인 푸조 508SW이 이미 론칭한 상태기 때문에 508RXH와 508SW의 이미지 중첩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반영 된 것일 수도 있다.
이름만 봐서는 508과 큰 차이가 없을 것처럼 생각됐지만 막상 508RXH를 마주하면 ‘무척 건장한 존재’라는 감상이 든다. 이름처럼 508을 기반으로 했지만 508에 비해 단순히 지상고를 높인 것이 아니라 바디킷과 새로운 전면 디자인, 그리고 더욱 과감하게 강조된 휠 하우스 마감을 통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모호함 보다는 명확한 존재감을 노출한다. 왜건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왜건의 존재임을 부정하지 않고, 명료하게 드러낸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왜건인 V60과 다양한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올로드 러너의 감성이 담긴 크로스컨트리 하나로 모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V60 크로스컨트리는 막상 기존의 V60과 비교 했을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사이드 스커트를 새로 다듬고, 지상고를 높이는 등 ‘올 로드 러너’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V60’이라는 큰 그릇을 벗어나진 않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크로스컨트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차량 곳곳에 남겨진 크로스컨트리의 존재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두 차량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508과 V60에 담긴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508RXH의 경우 간결하면서도 대시보드와 실용적인 센터페시아의 조합으로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실용주의를 느끼게 한다. 물론 기존 508이나 508SW 대비 실내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새로운 모델’이라는 기대감이나 설렘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V60 크로스컨트리도 마찬가지다. 크로스컨트리라는 별도의 라인업이긴 하지만 그 역시 V60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인 만큼 기존 V60 및 다른 볼보의 차량에서 선 보인 실내 공간과 같은 레이웃과 구성을 갖췄다. 물론 간결하고 담백한 우드트림과 운전자를 향해 살짝 기울여 놓은 센터페시아는 다시 봐도 반가운 존재다.
차이가 있다면 푸조 508RXH의 경우에는 V60 크로스컨트리 대비 긴 전장과 휠 베이스를 통해 기본적인 실내 공간을 넓게 확보했으며 파노라마 루프를 적용해 탑승자에게 시원한 시와 쾌적함을 제공한다. 물론 508부터 적용된 4존 에어 컨티셔닝 기능 역시 환영할 일이다. 게다가 트렁크 용량 역시 660L까지 늘렸고, 2열 시트를 접을 땐 1,865L까지 확보된다.
분명 508RXH가 넓은 공간을 확보했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V60 크로스컨트리 쪽으로 눈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꼼꼼하게 설계된 시트는 기능과 함께 감각적인 만족도에서 우위를 점한다. 1열과 2열을 가리지 않고 최적의 탑승 감각을 제공하며 다소 좁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든다. 트렁크 공간은 692L에 이르고 2열 시트를 접을 땐 1,664L에 이른다.
508RXH는 푸조가 자랑하는 친환경, 고효율을 지향하는 블루 HDI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2.0L의 배기량으로 최고 출력 18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물론 6단 자동 변속기와 호흡을 맞춰 복합 기준 12.7km/l의 공인 연비를 달성했다. 전체적인 출력이나 효율성 모든 부분에서 우수한 면모를 보인다.
반면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는 최근 볼보가 내세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아닌 일반 D4 엔진을 장착했다. 2.4L 배기량의 D4 엔진은 최고 출력 190마력과 44.9kg.m의 토크를 발휘하고 6단 기어트로닉을 조합해 복합 연비 기준으로 12.6km/l를 달성했다. 드라이브-e가 아니지만 높은 토크와 AWD가 장착되었다는 점은 충분한 어필 포인트다.
푸조 508RXH는 강인한 외모와 달리 차량 전반의 움직임은 여느 푸조의 움직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늘 1.6L 엔진에 익숙해졌던 탓에 푸조의 2.0L 디젤 엔진의 강력함이 제법 강렬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덕분에 다소 크게 느껴지는 차체를 경쾌하게 몰아 세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푸조의 차량에 비해 스티어링 휠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량에 반응은 역시 경쾌한다. 전고가 높아지며 새롭게 셋업된 서스펜션이 어떨지 걱정되었지만 오랜 역사와 풍부한 모터스포츠의 경험 덕분인지 조금은 투박하면서도 푸조 508RXH의 움직임은 푸조 특유의 경쾌함을 담아냈고, 또 한편으로는 체격에 걸맞은 여유를 부릴 줄 안다.
전반적인 차량의 특성을 고려 해보면 푸조 508RXH는 높은 지상고를 앞세워 어떤 노면에서든 과감한 드라이빙을 하기 보다는 어디든 여유롭고 상쾌하게 즐길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과감한 드라이빙에서도 결코 부족함이 없지만 머리 위의 파노라마 루프를 생각해본다면 RPM을 끌어 올리는 건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 느껴진다.
커피 한 잔과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푸조 508RXH와 달리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는 타이트하고 견실한 주행을 앞세운다. 우선 2.4L 디젤 엔진에서 발산되는 190마력과 44.8kg.m의 토크는 매력적이다. 발진 가속이나 추월 가속에서 맹렬하게 RPM을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이으면 ‘드라이브-e의 도입’을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508RXH 보다 강인한 차체와 단단하게 조여진 서스펜션은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완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실제로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를 운전하고 있으면 ‘정말 기계적인 움직임’이라는 느낌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견고한 만큼 브레이크에 대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아 우수하고 지속성이 뛰어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췄다.
덕분에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는 온로드에서는 강력한 토크와 견고한 하체 셋업을 통해 강렬한 주행을 선사하고 오프로드를 비롯한 다양한 상황에서도 기존의 매력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넓은 적재 공간을 갖출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고 그 강점은 분명 시장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가치로 느껴진다.
푸조 508은 ‘올 로드 그랜드 투어러’에서 올 로드 보다는 투어러에 의미를 강조해 차량의 움직임 역시 여유롭게 표현했다. 물론 여유로움 보다 꽉 짜여진 느낌의 반응하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508RXH가 추구하는 시장의 성격과는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푸조 508RXH는 전반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차량의 포지션과 담당하는 시장에서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한 모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다소 터프하면서 견고한 고유의 이미지를 살린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언제 어디서나 볼보에 담긴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온로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최적의 움직임을 완성할 수 있는 ‘올 로드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름이 결코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당신은 과연 두 존재의 이야기 중에 누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