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막자, 내버려두자"…獨총리-재무장관 엇박자

by최정희 기자
2015.06.18 13:59:00

메르켈 총리 "그리스 유로존 내에 남아야"
쇼이블레 장관 "질서 있는 그렉시트 도와야"

<사진: 가디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8일(현지시간), 19일 열리는 그리스의 마지막 구제금융 협상을 앞두고 국제 채권단 중심에 서 있는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의견 차이가 해결책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구제금융 만기를 연장하며 그리스가 유로존 내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데 회의적이다. 그는 차라리 그리스의 질서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출을 조율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극명한 의견차는 최근 일화에서도 드러났다. 메르켈 총리는 이달 들어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과 베를린에서 회담을 가졌지만, 이 자리에 쇼이블레 장관은 초대받지 못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그가 이 회의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파이낸셜타임스(FT)>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메르켈은 총리로서 2005년부터, 쇼이블레 장관은 재무장관으로서 2009년부터 그리스 위기에 대응해왔다. 메르켈 총리와 쇼이블레 장관의 의견 차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쇼이블레 장관은 그 전 2년간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급한 이후에도 그리스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그리스가 EU에 남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재정 지원을 하되 유로존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메르켈 총리에 의해 묵살됐다.

쇼이블레 장관은 EU 신봉론자다. EU에 대한 강한 믿음은 규칙 존중이다. 그리스는 규칙을 기본으로 한 유로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출하면 유로존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메르켈 총리도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렉시트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을 계기로 러시아가 남유럽과 발칸반도 등을 장악할 것이란 두려움이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일단 겉으로는 쇼이블레 장관이 메르켈 총리에 충성하는 듯 보이지만, 총리와 장관간 의견 대립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 내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독교민주당 관계자는 “(총리와 장관) 그 사이에 작은 균혈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관계자는 “쇼이블레는 그렉시트를 원하지만 메르켈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며 “결국 쇼이블레가 그녀에게 충성을 할 것이지만 그 과정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마샬기금 싱크탱크 연구이사인 다니엘라 슈바르저는 “매일 의견이 다른 보고서들이 있다”며 “통제 불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