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넘버2`로 나선 임영록 前 차관

by좌동욱 기자
2010.07.26 16:51:07

KB금융 사장 인선 금융권 안팎에서 `화제`
지주 회장은 장관급 거물..사장은 차관급 관료
"격이 떨어진다" vs "격식보다는 실리"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회장직에 공모할 때 시중에 회자된 말이다. 명문 사립대 총장 출신으로 장관직과 한국은행 총재직 유력 후보였던 거물급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직을 선택하는 것은 격(格)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어 회장도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K대(고려대학교) 출신 원로들로부터 이런 압력(?)을 받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비슷한 일이 KB금융에서 또 다시 일어났다.

어 회장은 26일 KB금융지주 사장에 임영록 전(前) 기획재정부 2차관을 선임하고, 국민은행장에는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통상 은행권에서 은행장 인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마련이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지주사 사장 인사가 화제였다. 은행 안팎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사인데다 민간 금융회사에서 보기 힘든 거물급 관료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어 회장의 용인술이 뛰어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임 신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넘도록 금융권 인사 하마평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단계에서 항상 고배를 마셨다.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 차관보 등 기획재정부 핵심 요직을 거친 능력과 후배들의 두터운 신망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말 반년동안 차관직을 역임했던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던 KB금융 인사 하마평에는 임 사장의 이름은 없었다. 어 회장이 국민은행장은 내부 출신, 사장은 외부출신이라고 일찌감치 교통정리를 했으나 차관급 관료가 민간 금융회사 `넘버 2` 자리에 올 것으로 예상하긴 힘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인사를 본 금융위원회 공무원은 "격이 맞지 않다",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차관직에 올랐던 `모피아`들은 대개 다른 부처 장관이나 산업은행 총재(현 산업은행장)를 역임하며 그동안 쌓았던 정책금융 노하우와 네트워크을 활용했던 게 일반적이었다. 더구나 KB금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따져보면 KB금융 사장은 `넘버 3`에 가깝다.

이런 차원에서 임 사장의 `격식 파괴`에 대한 용기와 결단에 격려를 보내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 인사 교류가 관료와 민간 조직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선례가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는 보다 자연스러워지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임 사장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주회장을 서포트(지원) 하겠다"는 발언을 수차례 강조, 2인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임 사장의 정책금융 경험과 금융권 네트워크는 지난 1년간 관치에 시달려왔던 KB금융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위에선 진동수 위원장(행시 17기)을 제외한 나머지 관료들이 모두 임 사장의 후배들이다. 임 사장 역시 차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관료 선후배와 민간 전문가들을 폭넓게 만나며 인맥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핵심보직 위치에 있는 관료들은 대부분 금융정책국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던 후배들"이라며 "결국 장관급 회장이, 차관 출신 관료를 데려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KB금융지주의 `리딩금융그룹` 위상 회복을 주도할 `넘버2`로 나선 임 사장. 그의 권한과 역할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