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스토리 영안실' 아세요?…이혼 급증에 떠오르는 이 업종

by김윤지 기자
2024.09.19 11:59:38

올해 상반기에만 中 130만쌍 이혼
웨딩사진 보편화됐지만 처리 '난감'
"고객 80% 여성, 일종의 치유 과정"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국의 이혼이 급증하면서 웨딩 사진 파쇄업이 떠오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북부 허베이성 랑팡시의 문서 파쇄업자인 리우 웨이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조명했다. 베이징의 국영 제약회사 출신인 리우는 2022년 문서 및 기타 개인 정보를 전문적인 파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웨딩 사진을 없애고자 하는 이들을 공략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익성 좋은 사업은 아니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스스로 ‘러브스토리 영안실 운영자’라고 칭하면서 “(이혼으로 인해 웨딩) 사진들의 수명이 다할 때 우리는 화장터가 된다”고 자신의 사업을 표현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 한 창고에서 파쇄되는 결혼 사진. (사진=AFP)
WP에 따르면 중국에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400만 건 이상의 이혼이 발생했다. 인구 감소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2021년 이혼에 앞서 ‘30일의 숙려 기간’을 도입했다. 이후 이혼 건수는 연간 300만 건 아래로 내려갔으나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130만 쌍의 부부가 이혼하는 등 여전히 높은 이혼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늘면서 이들이 촬영한 웨딩 사진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중산층의 결혼 전 웨딩 사진 촬영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예비 부부는 장소를 바꿔가며 다양한 의상을 소화하는 등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고, 이렇게 완성된 웨딩 사진은 결혼식 피로연에 전시되고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다고 WP는 전했다. 최종적으로 커다란 액자에 담긴 웨딩 사진은 신혼집에 놓여진다.



문제는 이혼 과정에서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에선 커다란 액자를 무단 투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개인 정보 노출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사진을 불태우는 것은 중국에선 금기시하는 미신이라고 WP은 전했다.

리우는 현재 사진 파쇄가 사업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80%는 웨딩 사진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웨딩 사진은 프랑스 파리나 티베트처럼 먼 곳에서 전문 사진 작가들이 촬영했다.

고객이 보낸 택배가 공장에 도착하면 리우는 직원들과 함께 품목을 세고 무게를 측정해 가격을 결정하는데, 택배 안에는 사진 뿐만 아니라 수건, 침구, 다이어리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유리와 나무처럼 파쇄기를 통과할 수 없는 액자는 망치로 ‘운명’했다. 리우는 모든 파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고객에게 보낸 후 잔해를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로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된다”면서 “일부 고객은 이 과정에서 위안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객의 약 80%가 여성으로, 일부 고객들은 전화 상담 과정에서 이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1시간 이상 털어놓는다고 리우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