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재벌 소유 땅, 10년간 2.8배 늘었다…"의무 공시해야"

by성주원 기자
2019.02.26 11:02:48

경실련,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 조사 결과
토지자산 2007년 23.9조 → 2017년 67.5조원
"기업 본연 사업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 몰두"
"보유 부동산 주소·공시지가 등 의무 공시해야"

5대 재벌 소유 토지자산(땅값) 장부가액(단위: 조원, 자료: 경실련)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5대 재벌 대기업들이 보유한 토지자산 규모가 지난 10년간 2.8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들이 기업 본연의 생산활동보다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지대추구 등에 주력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상위 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2007년 23조9000억원에서 2017년 67조5000억원으로 43조6000억원 늘었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차(005380)그룹이 2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삼성그룹 16조1000억원, SK(034730)그룹 10조2200억원, 롯데그룹 10조1900억원, LG(003550)그룹 6조3000억원 순이다. 지난 2007년에는 삼성그룹이 7조7000억원으로 1위였다.

지난 10년간 토지자산 금액 증가폭은 현대차그룹이 19조4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삼성(8조4000억원), SK(7조1000억원), LG(4조8000억원), 롯데(4조원)도 대부분 2배 이상 보유 토지자산이 불어났다. 현대차와 LG는 4배 이상 증가했다.

계열사로 세분해서 보면 2017년 기준 보유 토지자산 1위는 현대자동차(10조6000억원)다. 삼성전자(005930)가 7조800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기아자동차(000270)(4조7000억원), 호텔롯데(4조4000억원), 현대모비스(012330)(3조5000억원) 순이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 경제정책팀장(국장)은 “5대 재벌의 상위 50개 기업 보유 토지자산이 2017년 62조7000억원으로 5대 재벌 전체(365개 기업)가 보유한 토지 67조5000억원의 93%를 차지했다”며 “상위 5위 내에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3곳이나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보유 토지자산과 별도로 5대 재벌이 시세차익이나 임대수익 등을 목적으로 보유한 ‘투자부동산’은 12조원 규모로 파악됐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5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롯데(3조원), LG(1조6000억원), 현대차(1조4000억원) 순이다.

권 국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재벌들이 토지(땅) 사재기를 통해 자산(몸집) 불리기에 10년 간 주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본연의 주력사업을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에 몰두한 최근 10년간 부동산 거품이 커지고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상인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과거 1990년대만 해도 ‘비업무용 부동산’ 중과세, 비업무용 토지 등 부동산 강제 매각, 여신운영규정 제한 등의 규제 등 강력한 조치들로 재벌의 부동산 투기를 막았지만, 당시의 규제는 2000년과 2007년에 무력화됐다는 것이 경실련의 지적이다.

권 국장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재인 토지를 이윤·추구 수단으로 이용하는 반칙행위 등에 대해 강력한 규제와 불로소득 환수가 필요하다”며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에 대한 △건별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를 사업보고서상 의무적 공시 및 상시공개하도록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경실련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연도별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자료 등을 분석해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