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SK-헬로비전 합병 불허한 이유는…정부 일각 “이해 못해”

by김현아 기자
2016.07.05 11:30:28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78개 케이블 프렌차이즈로 계산
공정위, 과거 국조실 규개위에선 전국복점 단위 허용 주장
미래부 일각 "갑자기 바뀐 태도 이해 못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7개월의 심사기간 끝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037560) 지분취득 금지와 자회사 합병에 대해 불허하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4일 SK텔레콤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위의 판단 근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와 CJ에 따르면 심사보고서에서 가장 강력한 합병 불허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유료방송 지역점유율이다.

공정위는 전국사업자인 SK텔레콤의 IPTV와 지역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가 합병했을 때 유료방송 권역에서 시장 점유율이 넘는 곳이 60%를 넘는 곳만 15곳(전체 23개 권역)이라며 이 합병의 긍정적 시너지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지분 인수는 허용하되 합병 시점을 늦추는 게 논의되지 않을까 했지만, 지분 취득 자체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일단 5천 억 원을 주고 산 뒤 잔여지분(23.9%)는 쿨·풋 옵션 행사를 통해 나중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올해 4월 CJ헬로비전을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합병뿐 아니라 지분취득까지 금지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가 나오면서 SK와 CJ는 발칵 뒤짚혔다. CJ관계자는 “강도높은 인가 조건 수준이 아니라 인수합병 불허여서 아무런 일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불허 이유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경쟁제한성을 평가하면서 현재 78개 케이블TV 프렌차이즈 권역을 문제 삼았는데 이는 그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지역 방송 경쟁기준을 78개 프렌차이즈로 하면 합병법인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올라가지만, 전국 기준으로 하면 KT에 비해 가입자 수가 적다. 지난해 9월 기준 KT의 IPTV‘위성 가입자는 844만 명(전국 점유율 29.6%)이고 CJ의 케이블 가입자(415만 명, 14.6%)와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IPTV가입자(335만명, 11.7%)를 더하면 총 750만명(26.3%)이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공정위는 이 합병의 시장획정을 전국시장이 아니라 케이블TV(SO)의 78개 구역 프랜차이즈로 해서 경쟁제한성을 문제 삼았는데 이는 그간 공정위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특위를 통해 케이블TV의 권역을 전국단위로 복점(복수소유)을 허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것과 다르다”면서 “공정위는 이 부분을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제한을 전국 시장이 아닌 각 78개 구역별 지역 시장으로 보려한다면 과거 전국사업자인 KT(IPTV)와 스카이라이프(위성) 간에 계열사 편입을 아무 조건 없이 허용한 데 대해서도 해명해야 하고, 현재 78개 구역별 KT그룹의 점유율 위반에 대한 현황과 그에 대한 판단과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 한 전문가는 “공정위 판단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면서 “유료방송 시장내에서의 선택권 문제는 이미 지역단위로도 4개~5개(IPTV3개 포함) 사업자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결합이 이슈라면 결합상품 점유율 제한 등의 조치를 걸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이번 합병 불허 결정에는 보이지 않는 손인 청와대 등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공정위는 실제로 어제(4일) 일부 매체의 SO매각설 보도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가, 2시간도 안 돼 기자단 간사를 통해 “SK텔레콤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고 공지하는 등 우왕좌왕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