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능]열띤 응원전 대신 '뜨거운 포옹'…2년째 팬데믹 수능(종합)

by김대연 기자
2021.11.18 11:42:06

2022학년도 수능 고사장 앞 '고요'…올해도 차분
떠들썩한 응원단 대신 부모의 '뜨거운 포옹' 행렬
친구들과 셀카 찍으며 셀프 응원도…"이것도 추억"
입실 시간 앞두고 지각생도 등장…순찰차가 지원

[이데일리 김대연 조민정 정두리 기자] “우리 딸 그동안 너무 수고했어, 끝까지 파이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고사장 앞은 2년 연속 떠들썩한 응원전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수험생들을 배웅한 부모님의 간절함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꽹과리와 북을 치며 열렬히 응원하는 후배들 대신 부모님의 뜨거운 격려를 받은 수험생들의 힘찬 발길이 이어졌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이 교문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18일 오전 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 앞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학교에서 모여든 응원단 없이 고요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선후배 간 응원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두꺼운 외투를 입은 수험생들은 대부분 교복 차림이 아닌 각자 편안한 복장을 한 채 담요나 도시락 가방 등 짐을 챙기고 교문을 통과했다. 또 마스크를 착용한 수험생들은 부모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뜨겁게 포옹한 뒤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여느 때보다 힘겹게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애써 긴장감을 감추려 했지만 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이에 수험생을 배웅하러 나온 부모들은 자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용기를 북돋아 줬고, 귓속말로 격려를 전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조용한 고사장 앞에서 딸을 향해 힘껏 ‘파이팅’을 외친 김모(57·남)씨는 “조금 긴장한 것 같아 보여도 자기 실력만큼 봤으면 좋겠다”며 딸이 입구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자녀가 수험장을 들어간 이후에도 하염없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50대 박모씨는 “딸이 혹시 준비물을 안 챙겼다고 연락할까 봐 조금만 더 있다가 가려고 한다”며 “떨지 말고 수능이 아니라 11월 모의고사라고 생각하고 평상시대로 보면 좋겠다”며 간절히 말했다.

서초구 양재동에서 온 이연미(48·여)씨는 “딸이 별로 긴장 안 한 것 같다”며 “12년 동안 이 하루를 위해 긴 시간 달려왔으니까 최대한 잘 보고 잘 찍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 학부모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응시생을 시험장 앞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사진=조민정 기자)
같은 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정문 앞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오전 7시 30분쯤부터 하나둘씩 시험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직접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 앞에 도착한 박서영(18)양은 “나 갔다올게, 아빠”라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분홍 헬멧을 착용한 아버지는 직접 딸의 헬멧을 벗겨주면서 말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양은 취재진을 향해 “시험 잘 봐서, 수능 끝나고 여행가고 싶어요! 여수 가려구요!”라고 대답했다.

학부모들은 “끝나고 전화해”, “잘 갔다 오고, 조심히 보고”라며 묵묵히 말 한마디를 전했다. 자녀들이 시험장을 들어가는 뒷모습까지 서서 지켜보는가 하면, 길가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등 마음 졸이는 학부모의 모습도 나타났다. 아들을 시험장에 보내고 정문 앞을 떠나지 않은 문모(45)씨 또한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끝날 때까지 기다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고사장 입실 시간인 8시 10분이 지난 시간엔 어김없이 지각생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각한 학생은 순찰차를 타고 도착해 빠른 걸음으로 정신없이 고사실을 찾아 입실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이 셀카를 찍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는 수험생들과 함께 온 가족, 친구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재수 생활로 지친 친구를 응원해주기 위해 왔다는 대학생 최유진(20·여)씨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를 응원하고 싶어 오게 됐다”면서 “내년이 호랑이의 해라서 호랑이 기운을 받고 시험 잘 보라는 의미로 호랑이 티도 입고 왔다”며 자신의 점퍼를 열어 호랑이 그림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보여줬다. 그 모습을 본 친구는 한바탕 크게 웃은 뒤 “감동했다.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딸과 깊은 포옹을 나눈뒤 고사장으로 향하는 딸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한모(43·여)씨는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딸아이가 스터디카페나 독서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없어 컨디션조절이 항상 걱정됐다”면서 “아무쪼록 최선을 다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여고생 4명이 ‘브이’ 포즈를 취하며 연신 셀카를 찍어댔다. 리라아트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한 수험생은 “19살이 되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수능 날을 간직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밝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면서 “많이 긴장되지만 지금 이 순간마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같은 학교 소속 또 따른 수험생은 “사실 속으로는 너무 떨려서 수험장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내내 눈물이 났다”면서 “지금도 엄마, 아빠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총 지원자는 50만9821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6387명 늘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대학생 최유진(20·여)씨가 호랑이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보이며 재수 수험생인 친구를 응원해주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