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효과 입증"…길리아드 "통계적 검증력 없다"

by정다슬 기자
2020.04.17 12:22:29

길리아드 주가 장외거래서 최고 16%까지 뛰어
"대조군 실험 안 이뤄져" 이달 말 실험 결과 발표

△코로나19의 유력 치료약 후보인 렘데시비르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바이오기업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자사가 개발한 약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는 보도에 대해 아직 결론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자사 임상 실험 결과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의학 전문매체 ‘스탯뉴스’는 16일(현지시간)시카고대학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 113명을 포함한 125명을 대상으로 매일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결과,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이 6일차에서 회복했다고 밝혔다. 2명은 사망했다.

이 소식에 길리어드 주가는 폭등했다. 이날 2.56% 상승한 76.54달러에 마감된 길리어드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무려 16% 오른 89.10달러를 기록했다.

길리어드 측은 이후 성명을 내고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서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효능을 밝히는 데 필요한 통계적 검증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체 실험을 실시하는 것과 별개로 전 세계 시험장과 병원 등에도 렘데시비르를 동정적 치료(적절한 치료제가 없어서 포기할 상황에 의료당국이 시판 승인 전의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해 치료기회를 주는 것)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이 약이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플라시보나 자가 면역체제에 의한 치유인지 확인하는 대조군(위약) 실험을 진행하지 않아 통계적인 검증력은 없는 상태이다.

앞서 미국 의학전문지 ‘뉴잉글래드 저널오브메디신’(MEJM)역시 다국적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53명에게 투약한 결과, 인공호흡이 필요했던 30명 중 17명이 상황이 호전됐고 25명이 퇴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53명 중 7명은 사망했다.

길리아드는 상황을 엄격하게 통제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를 이달 말 공개한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결과도 5월 중 공개한다.

렘데시비르는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 항바이러스 제제로 리보핵산(RNA) 복제를 막아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원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으나 머크(MSD)와 존슨앤드존슨 등 경쟁사에서 개발한 약물 정도의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그러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유효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코로나19 치료약으로 기대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