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에 “완벽한 주택 거래절벽 온다”

by박종오 기자
2013.07.23 15:44:33

주택시장에 당분간 거래급감 우려 확산
전문가 “발표와 시행시기 격차 줄여야”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의 주택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침을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 구매자가 세금을 감면받기 위해 구매 시기를 새 세율이 적용된 뒤로 미루게 되면 지금의 거래절벽 조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일대 주택시장에서는 당분간 주택 거래가 급감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퍼지고 있다. 영구적인 세율 인하는 반길 일이지만 법안 통과시기와 소급적용 여부 등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거래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주공1단지 내 상가 전경. (사진=이데일리DB)
서울 강남권 아파트단지 인근 중개업소들 사이에는 비상등이 커졌다. 강남구 대치동 KB공인의 이기철 대표는 “몇 개월만 기다리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수백만원을 아낄 수 있으니 그나마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던 수요자까지 모두 대기수요로 돌아서게 됐다”고 말했다.

한인복 부동산랜드 공인(송파구 잠실동) 대표는 “지금도 거래가 없는 마당에 실수요자들까지 관망세로 돌아서면 거래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완벽한 거래절벽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수요자 위주의 강북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노원구 상계동의 N공인 관계자는 “2억원짜리 아파트값의 1%면 벌써 금액 단위가 달라지니 세금 얘기에는 다들 민감하다”면서 “가뜩이나 전세만 찾는 수요뿐인데 당분간은 집 사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지난달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주택 거래가 대거 이뤄진 뒤 이달 들어 정부가 취득세 감면 논의를 재개하면서 거래가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3일 현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1182건으로, 이달 말까지 2000건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거래된 9027건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달에 2783건이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여름철 비수기이기 때문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투자수요가 몰리는 강남 재건축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올해까지 1주택자 집을 사야만 양도세를 면제받는데 만약 내년부터 취득세 감면이 적용된다면 투자자로선 둘 중 어느 걸 감면받아야 이익인지 재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활성화 방안이 국회 문턱에 걸리면서 거래가 뚝 끊긴 수도권 1기 신도시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분당 정자동의 느티마을공무원 아파트 인근 O공인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 사려는 사람만 관망세로 돌아선 게 아니다”라며 “집을 팔려는 사람들도 가격이 오를 걸로 보고 매물을 다시 집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공이 이제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세부 내용을 가다듬고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방 재정 보전 문제와 소급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돼 현재로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법안이 시행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발표와 실제 시행시기 간 차이를 최소화해야만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