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특수가스부터 배터리까지…SK發 ‘카브아웃’ 매물로 쏠리는 눈

by허지은 기자
2024.08.20 15:47:00

대기업 비주력 계열사 M&A 활발해져
조단위 가격에 대형 사모펀드들 ‘군침’
그룹 내부 거래 줄어도 사업 확장 기회
롯데·CJ·카카오 등 계열사 정리 합류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인수합병(M&A) 매물 출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210개가 넘는 SK 계열사는 향후 70개 안팎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비핵심 자회사들의 매각이 활발해질 거란 전망이다. SK 외에도 롯데, CJ, 카카오 등 대기업이 보유한 자회사나 사업부를 매각하는 ‘카브아웃’ 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는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설에 대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는 SK스페셜티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나 태양광 발전소자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및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SK스페셜티는 1982년 설립된 OCI머티리얼즈가 전신이다. 2015년 SK그룹 품에 안기면서 SK머티리얼즈로 새단장했고, 2022년 다시 명칭이 SK스페셜티로 변경됐다. 반도체 세척 공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해 중국 페릭,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에 앞서 1위를 수성하고 있다.

SK스페셜티의 매각 가격은 최소 조(兆) 단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상대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시장 3위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의 매각 가격이 1조 3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위 SK스페셜티 매각가는 이를 크게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또 최근 M&A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인프라·에너지 기업이라는 점에서 대형 사모펀드들의 인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탱크터미널 SK엔텀도 잠재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는 곳이다. 상장사인 SKIET는 시가총액이 2조 2000억원에 달해 매각 가격은 3~4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차전지와 관련한 전후방 산업의 투자 매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매각 성사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전망도 있다.

SK엔텀의 경우 유가나 시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탱크터미널이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이 부각되고 있다. SK 타이틀을 뗀다면 캡티브(내부 거래) 물량이 줄어들 우려도 있지만, 타 그룹사와의 거래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현대오일터미널을 설립한 뒤 2021년 매각해 성공한 HD현대오일뱅크의 전례도 있다. 당시 지분 90%의 매각가는 1800억원이었다.

비주력 계열사 정리에 나선 건 비단 SK그룹뿐이 아니다. 롯데, CJ, 카카오 등도 계열사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1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사업에 집중하고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겠다”라며 공개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사료 제조·축산 자회사 CJ피드앤케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비즈 사업을 제외한 비핵심 사업의 축소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카카오VX(골프장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SM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카카오VX의 경우 연내 골프용품, 대체불가토큰(NFT) 등 기타 사업 분야를 철수하기로 했다. 매각에 앞서 사업부 정리를 선제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