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2.5%로 높인 한은…"물가 전망 상향 필요 없다"(종합)

by하상렬 기자
2024.05.23 13:30:00

한국은행, 5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민간소비 1.6%→1.8%·건설투자 -2.6%→-2.0%
재화수출 4.5%→5.1%…설비투자, 4.2%→3.5% 하향
1분기 성장 강화됐지만, 2분기 조정국면 예상
물가 당분간 2%대 후반…하반기 2.5% 밑돌 것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상향했다. 1분기 ‘깜짝 성장’ 여파가 컸다.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하지만,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개선되고 수출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은은 1분기 성장 흐름이 계속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2분기엔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판단이다.

한은은 성장률 상향에도 물가 전망을 상향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양호한 성장세로 물가 상방압력이 커졌다고 보면서도 전망치를 바꿀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물가 전망치를 모두 유지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사진=이데일리DB)
한은은 23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석 달 전 전망치(2.1%)보다 0.4%포인트나 상향한 것이다. 올해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내년 성장률은 2.1%로 0.2%포인트 하향조정됐다.

올해 성장률이 대폭 상향된 것은 1분기 전기비 성장률이 1.3%를 기록, 시장 예상치(0.5~0.6%)를 두 배 이상 웃돈 영향이다. 한은은 “금년 중 국내경제는 수출의 회복 모멘텀이 강화된 데다 소비 흐름도 당초 예상보다 개선됨에 따라 2월 전망을 상당폭 웃도는 성장을 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1.6%에서 1.8%로 상향 조정됐다. 양호한 기상 여건, 휴대전화 조기 출시 등으로 각각 의복·차량연료·통신기기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폭이 -2.6%에서 -2.0%로 줄었다. 신규착공 및 수주 등 각종 선행지표 부진에도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대규모 공사가 빠르게 진척된 영향이다. 반면 설비투자는 4.2%에서 3.2%로 하향조정됐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대응한 투자 증가에도 공급 차질에 따른 항공기 도입 지연 등으로 줄었다는 평가다.

수출은 개선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재화수출은 4.5%에서 5.1%로 전망치가 0.6%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고성능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를 중심으로 큭 폭 증가했고, 앞으로도 AI 기술 확산과 미국의 견조한 수입수요, 중국의 경기 부양조치 등으로 회복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화수입은 1분기 부진 여파로 2.7%에서 2.4%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한은은 1분기 깜짝 성장이 일시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2분기엔 조정이 있을 것이란 셈이다. 한은은 “1분기 내수가 소비·건설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예상을 상회함에 따라 전망경로가 상향 조정됐지만, 이 같은 증가에는 양호한 날씨로 인한 대외활동 증가, 이전지출 조기 집행, 대규모 건축공사의 빠른 진척 등 일시적 요인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2분기 중에는 조정국면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5%로 크게 높였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3.0%에서 3.1%로 높였다. 중국 성장률은 4.6%에서 4.7%로 높였고, 유로도 0.7%에서 0.8%로 소폭 높였다. 반면 일본은 0.9%에서 0.8%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세계교역 신장률은 기존 3.2%에서 3.1%로 하향 조정됐다. 우리나라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계 성장률보다는 교역 신장률이다. 글로벌 제조업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상품교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겠지만, 개선 흐름이 예상보다 더디단 판단이다. 다만 우리 수출대상국의 유효수입수요 증가율이 3.8%로 조사되면서 우리 수출에 교역 신장률 하향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다. 상반기 물가는 전년동기비 2.9%로 동일했지만, 하반기는 2.4%로 종전(2.3%)보다 0.1%포인트 상향조정됐다. 성장 호조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기존 전망 경로를 소폭 상회하겠지만, 연간으로 봤을 땐 지난 전망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2%로 종전과 같았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4%, 2.1% 전망치는 종전 전망과 동일하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오전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서 “순수출이 성장률 올라간 것의 많은 부분 설명하기에 물가에 주는 영향 적었다”며 “내수가 예상보다 높은 건 사실이지만, 물가 상승압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선 “근원물가가 긴축적인 통화정책 등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물가안정대책 등이 상방 압력을 제약하면서 연간 상승률은 지난 전망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앞으로 물가 흐름은 당분간 2%대 후반 수준을 나타내다가 하반기 중 2.5%를 밑도는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브렌트유 전제치를 배럴당 83달러에서 85달러로 높이기도 했다. 계절적 수요 증가로 다소 상승압력을 받겠지만,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증산 기조는 하방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600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석 달 전 전망(520억달러 흑자)보다 80억달러 상향 조정된 것이다. 취업자 수는 25만명에서 26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실업률은 2.9%로 종전과 동일하게 전망됐다.

한편 한은은 중동 지역 종전 협상이 타결되고 러·우 갈등도 진정되는 등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진정된다면 성장률이 2.6%로 확대되고 물가상승률은 2.5%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지정학적 갈등이 악화해 주요 원자재가격이 상승할 경우 성장률이 2.3%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2.9%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