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헌 관련 재심기준 완화…간통죄 재심사건 늘 듯

by전재욱 기자
2016.11.11 12:00:00

헌재법상 위헌 법률 폐지 소급 시점은 직전 합헌결정까지
합헌 전후 기소돼 유죄확정 경우 소급시점 산정 쟁점
대법 "합헌 전 범죄라도 위헌 법률 적용하면 재심 대상"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형사재판 재심을 받는 기준을 대법원이 대폭 완화했다. 위헌으로 사라진 간통죄가 합헌으로 유지되던 시절을 전후해서 기소되고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 재심 대상이라고 판단하면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간통죄로 유죄가 확정된 A씨(여)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깨서 서울중앙지법으로 내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와 B씨(결혼)는 2004년 8월과 11월 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간통)로 함께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2008년 2월 선고받았다. B씨는 판결에 승복했고, A씨는 항소했다.

헌재는 2008년 10월 간통죄에 합헌 결정을 했다. A씨의 유죄는 2009년 8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시간이 흘러 입장이 달라진 헌재는 지난해 2월 간통죄를 위헌 결정하고 폐지했다.

A씨는 자신의 간통죄 유죄 판결에 재심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법상 형법 조항이 위헌이 되면 소급해서 효력을 잃는다. 이런 경우에 있지도 않은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잘못이기에 재심 대상이 된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있었던 형법 조항이라면 그 결정 이후로 효력을 상실한다. 간통죄의 경우 헌재가 작년 2월 위헌 결정을 하기 전 합헌 결정을 한 2008년 10월 이후로 효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A씨 사건은 간통죄의 효력을 어디까지 소급해서 없앨지가 쟁점이었다. 간통죄를 저지른 시점이 헌재의 합헌결정이 있기 전이고 형이 확정된 시점은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이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은 A씨의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의 재심을 허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헌결정 전에 범죄행위가 발생했더라도 그 판결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서 재심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이란 헌재 위헌결정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한 유죄의 확정판결을 의미한다”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 결정은 헌재 위헌 결정에 관한 재심 사유를 명확히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 종전 A씨와 유사한 사건에서는 해석이 분분해서 하급심 결정이 엇갈리는 등 혼란이 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심을 허해서 피고인의 구제 범위를 넓힐지, 불허해서 법적 안정성을 유지할지를 두고 대법원이 전자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조-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