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동아건설, `900억 사고` 진실공방 비화

by김수연 기자
2009.07.15 17:38:06

동아건설 "은행이 주의했어야" vs 신한은행 "회사, 인감 관리 소홀"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동아건설의 회생채무 변제용 자금 900억원이 사라진 사건이  동아건설과 신한은행간의 진실게임으로 바뀌고 있다.

15일 동아건설과 신한은행은 각각 자료를 배포해 서로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동아건설측은 신탁 관리를 소홀히 한 은행측 잘못이 크다는 주장이다. 또 자금 인출 절차가 정상적이지 않았으므로 은행 직원도 연루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절차대로 일을 처리했다고 맞섰다. 근본 책임은 법인 인감과 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한 동아건설에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 돈을 실제로 동아건설이 고발한 박모 전 자금부장 등이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것이 사실인지 여부도 밝혀진게 없다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계좌는 특정금전신탁. 파산과 회생 절차를 거쳤던 동아건설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자금이 들어있다.
 
이 계좌에는 안전장치가 돼 있는 에스크로 성격이 있는데, 이는 동아건설의 채권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권자에 대해, 법원결정으로 채권액이 정해지면 그때 비로소 지급하기 위해서다. 
 
신탁자금은 모두 1567억원이었으며, 신탁자금의 채권자(수익자)는 142명, 수익자별로 미리 지급한도가 정해져 있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채권액이 확정되면 동아건설은 신한은행에 지급을 요청한다. 신한은행이 해당 채권자에게 일일이 송금해야 하지만,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동아건설에 줘 대신 지급하게 할 수도 있다.
 
동아건설은 신탁 수익자 중의 하나이며, 지급한도는 14억원이다. 그런데도 870억원이 동아건설 계좌로 지급됐기 때문에 이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동아건설은 "은행이 신탁재산 관리를 소홀히 해서 피해를 확대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은행측은 이는 넌센스라는 반응이다. 동아건설에 지급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대행을 맡긴 것이므로 지급한도를 넘었다는건 사실과 다르다는 것.



신한은행은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박모 부장 등이 신한은행 신탁부에 전화해 수익자를 지정하고, 지정해 준 수익자의 규정변제금 범위 내에서 신탁자금 인출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법인 인감도 기존에 사용하던 인감이고 담당 직원도 같은 사람인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신한은행은 동아건설에 의혹을 돌렸다. 2009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여러차례 9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동아건설 계좌에 입금됐는데도 회사가 이걸 모르고 있었다는건 상식적으로 납득키 어렵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동아건설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특정금전신탁 계약서에 의하면, 채권자의 채권액이 법원 판결에 의해 확정되면 동아건설은 채권자들을 대리해 신한은행에 해당 금액이 이체될 계좌를 지정해 주게 된다.

그러면 은행은 이를 이체해주고 동아건설측에 그 내역을 통보하게 돼 있다. 동아건설측은 "신한은행이 이 통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측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신탁부 직원은 자금이 인출된 이후에는 곧바로 동아건설에 이를 알렸다는 것. 직원이 때로는 문서로, 때로는 전화로 통보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림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 역시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특별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10일 동아건설은 재경팀 자금담당 박 모 부장과 유 모 과장이 신한은행 신탁계좌에 맡겨둔 1564억원 가운데 약 870억원을 몰래 인출한 혐의(사기)로 지난 10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 과장을 구속하는 한편 달아난 박 부장의 뒤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