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근모 기자
2002.08.28 18:27:47
[edaily 안근모기자] `두더지 잡기`라는 게임이 있죠? 불규칙하게 톡톡 튀어 오르는 두더지 인형을 망치로 때려 점수를 내는 건데, 정부가 지금의 경제정책을 두더지 잡기에 비유해 부릅니다. 저금리정책 등 부양적인 거시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아파트 투기같은 부작용이 불거지면 두더지 잡듯이 건별로 대증요법을 쓰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때려도 때려도 두더지는 다시 튀어 오르고, 가만히 있던 두더지마저 동시에 고개를 내미니 정부는 팔이 빠질 지경일 겁니다. 경제부 안근모기자입니다.
`정부의 안정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요즘 급등하는 아파트가격을 다루는 언론보도에 단골로 쓰이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자면 `정부의 안정대책이 별볼일 없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가 맞겠죠.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세무서를 겁내는 일부 투기꾼들 때문만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세무조사니 자금출처 조사니 하는 것들을 전국 모든 곳에서 1년 365일 할 수도 없으니 투기꾼들을 잠재우기도 어려울 겁니다.
통계를 한 번 보시죠. 국민은행 월간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말에 비해 20.7%, 1년전에 비해서는 30.8% 올랐습니다. 작년 여름에 은행 빚을 내 아파트를 사둔 사람이라면 연 20%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결론이 납니다. 당시 주택담보 대출 이자율이 연 8.4% 수준이었으니까요. 강남처럼 상품성이 뛰어난 곳의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정말 대박을 터뜨렸겠구요. 당시 이자율이 연 5.62%였던 정기예금에 돈을 묵혔던 분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하며 복덕방을 찾아 다닐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작년보다 대출금리가 더 떨어져 연 7.3%밖에 안되기도 하구요. 저금리로 대출 받아 고수익의 아파트에 투자하겠다는데 세무소가 할 말이란 많지 않겠지요. 두더지를 후려패도 또 튀어오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이제는 경상수지가 비상이라고 합니다. 해외여행을 너무 많이 가서, 유학이니 연수니 뭐니 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 요즘 그 흔하다는 돈을 써대서 그렇답니다.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 화장품, 의류, 잡화 할 것 없이 해외 명품들도 쏟아져 들어 옵니다. 아파트 사서 1년만에 20%나 벌었는데, 전세금 올려서 몇천만원이 생겼는데 `그까짓 것쯤이야`하겠죠. 유럽 배낭여행에서 `명품`을 왕창 사 들여온 대학생이 카드 결제를 하려고 막노동을 한다는 뱁새족 얘기도 오늘 스포츠신문에 실렸더군요.
정부가 이 두더지도 곧 잡으려 나설 겁니다. 머지 않아 `경상수지 개선 종합대책`이란 것도 내놓을 것 같습니다. 관광, 레저, 교육 같은 서비스부문의 수지개선을 하겠다면서 아주 그럴 듯한 구호들을 담겠죠. 하지만 여론에 떠밀려 며칠 책상앞에 머리 싸매고 앉아 뚝딱 만들어 낸 `∼종합대책`이니 `∼개선방안`이니 하는 게 얼마나 별 볼 일 있을까요. (☞2년전의 기사를 읽어 보시죠)
이제 망치는 그만 내려 놓고 넓고 묵직한 판으로 두더지들의 머리를 눌러 덮는게 어떨까요. `물가불안`이란 이름의 두더지까지 머리를 쏙 내밀기 전에 말입니다. 금리를 올릴 때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