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가 언론사에 보낸 편지 검열한 교도소…인권위 "부당"

by김범준 기자
2023.05.11 12:13:50

한 교도소 수용자, 방송사에 편지 보내자
교도소장이 내용 확인…"무단 검열" 진정
인권위 "수신처 언론사라도 부당 검열 안돼"
사례 재발 방지 대책, 직무교육 실시 권고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교도소에서 수용자(수감자)가 언론사에 보내는 편지를 함부로 검열하는 건 부당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A교도소장에게 수용자가 보내는 편지의 수신처가 방송사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편지를 검열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담당 교도관 등 직원들에게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당시 A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수용자 B씨는 한 방송사 탐사프로그램 제작진 앞으로 교도관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른 수용자에게 누설했다는 등의 내용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B씨는 교도소장은 자신의 편지를 무단으로 검열했다며 그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A교도소장은 “일반적으로 언론사 투고의 경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수용자의 일방적 주장 또는 교정시설의 질서 유지를 위해 비공개성이 요구되는 정보가 신문기사나 방송 보도의 형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반 국민에게 교정행정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등 교도소의 안전과 질서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그러면서 B씨가 지난해 3월 작업 거부로 징벌 처분을 받자 교도소 측에 강한 불만을 품고서 방송사에 편지를 보낸 것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에 규정된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검열한 것은 정당한 업무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형집행법 상 ‘수용자가 주고받는 편지의 내용은 검열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들며 검열이 가능한 예외 편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진정인의 경우 조사·징벌기간 동안 작성한 자술서와 진술조서 등에서 교도소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해당 기간 중 특이 동정 관련 기록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진정인이 법무부와 한 경찰서 등에 청원과 민원 등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권리구제 절차를 이용했다는 것이 편지를 검열한 행위에 대한 합당한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용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언론 취재 과정을 통해 사실 관계 등을 바로잡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대응 과정도 교도소장의 직무상 필요한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편지 검열의 정당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이유 없이 단지 수신처가 언론사나 방송사라는 이유만으로 편지 검열이 가능하다면, 이는 통신의 비밀을 보장 하는 헌법 제18조의 취지와 형집행법 개정을 통해 편지 사전 검열제도를 폐지한 뜻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