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청에 "위조" 반발…추미애 "'바이든·날리면' 때와 똑같아"

by장영락 기자
2023.04.12 13:03:36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글
"대통령실 보안대책 없이 자판기 같은 말만 되풀이"
"어떻게 ''바이든, 날리면'' 때와 똑같은 말만 하나"
"정보주권 침해, 안보회의 소집해 대책 수립해야"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미국의 한국 정부 도감청 파문에도 대통령실이 별다른 항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바이든 날리면 때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대통령실 대응을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윤석열 대통령도 임석했다. 공개된 미국 측 도감청 자료에 김성한 전 안보실장 대화록 등이 포함돼 NSC 회의 자체도 도청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추 전 장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안대책 없이 자판기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동맹 훼손, 국익 훼손, 가짜뉴스” 등의 표현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야권 비판에 대응하고 있는 대통령실을 두고 “어떻게 ‘바이든, 날리면’ 때와 같은 말만 되풀이하나”고 되물었다.

추 전 장관은 “안보실 도감청 사태는 외신의 상세보도에 의하면 신호정보에 의한 도청이다. 상세하고 방대하며 일일보고 형식이어서 실시간 도청이 우려되는 심각한 비상사태”라며 이번 사태 심각성을 먼저 지적했다.

이어 “혀가 실수한, 혹은 귀가 실수한 ‘바이든, 날리면 사태’와 안보실 정보가 통째 실시간 털리고 있다는 사태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용산 대통령실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도대체 안보의식이 있기는 한가”라며 대통령실의 대응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외교 일정 중 막말 사태에 대해서는 “창피하지만 소낙비 지나가듯 일회적인 해프닝이라 치부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의 정보주권이 침해당하는 이 사태는 혀가 꼬인 실수, 귀가 잘 못들은 실수 정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윤 정권은 피해국 입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도 않고 초점이 다른 가해국인 미 당국의 입장만 헤아리고 있다”며 심각성에 대한 정부의 자각이 부족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심각한 비상사태”라며 “안보회의를 소집하고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뉴욕타임즈 보도를 통해 공개된 미국 측의 도청에 대해 “미국에서 유출된 자료 일부가 수정됐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정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공개된 자료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발 더 나아가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서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며 양국 논의를 통해 자료가 위조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백악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보도를 통해 공개된 도감청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으며 자료가 유출된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