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학교에 ‘기초학력 강사’ 배치…"코로나發 학습결손 보완"

by신하영 기자
2021.01.05 11:00:00

조희연 서울교육감 기자회견서 ‘성적양극화 해소’ 강조
서울 초·중학교 948곳 대상…국어·수학·영어 교과 지원
수업 진행하는 교사와 협력해 학습부진 학생 맞춤지도
중1 자유학년제에 ‘학력진단’ 포함…학습부진 해소책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새해부터 서울 초등학교 562개교, 중학교 386개교에 기초학력 강사가 배치된다. 이들은 수업 중 담임교사를 보조해 학습부진 학생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학교 1학년 동안 시험 없이 진로활동에 집중토록 한 자유학년제에선 ‘기초학력 진단’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다. 이는 진로활동을 하더라도 기초학력은 갖춘 뒤 하자는 취지로 자유학년제 1년간 학생들의 학습부진이 심각하다는 비판을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 3단계 학습 안전망(자료: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일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위기로 학습결손과 성적 양극화 문제가 심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학력격차가 심각해졌다는 진단이다.

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초학력 보장체계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내 562개 공립 초등학교와 386개 공·사립 중학교에 기초학력 강사를 전면 배치하는 게 골자다.

기초학력 강사는 △초등 1학년 국어 △초등 2학년 수학 △중학교 2학년 수학·영어 시간에 배치된다. 주당 2시간씩 주요 교과에서 교사를 도와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맞춤 지도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주로 퇴직교원이나 기간제 교사, 교대·사대생, 방과 후 강사 등 교원자격을 갖춘 강사들이 투입된다. 조 교육감은 “모든 학생이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초학력 협력 강사를 배치하겠다”라며 “교실 수업부터 모든 학생의 학습 부진을 예방, 기초학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기초학력 강사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인 1교실 2교사제의 ‘서울교육청 버전’이다. 1교실 2교사제는 학생 간 학력격차 해소를 위해 교과 수업에 2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제도다. 한 명의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한명은 학습부진 학생을 맞춤 지도한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으로 제시됐지만 반론이 많아 전면 도입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교육청이 올해를 기점으로 선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다만 서울교육청의 기초학력 강사는 정규 교사가 아닌 강사가 보조교사를 맡는다는 점이 1교실 2교사제와의 차이점이다.

중학교 자유학년제에서도 기초학력 진단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다. 진로활동을 하더라도 기초학력은 갖춘 뒤 하자는 취지다. 자유학년제 1년간 학습부진 학생이 증가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학교 자유학년제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진로 탐색에 집중토록 한 자유학기제가 확대된 제도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시범 도입됐으며 전체 중학교로 전면 확대된 시점은 2016년이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이를 자유학년제로 확대, 진로·체험 활동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학력부진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서울의 기초학력 미들 증가율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기초학력 미달 학생비율이 2.6%에서 4.1%로 증가하는 동안 서울은 3.3%에서 6%로 2배 이상 늘었다.

조 교육감은 “중학교 단계는 학생 간 학습격차가 크고 학습 내용도 급격히 어려워지는 시기”라며 “중1 자유학년제 정규 교육과정 안에 기초학력 진단·보정 활동을 편성하겠다”며 “자유학년제를 중등교육 수준의 기본학력 여부를 점검하고, 결핍 지점을 보강하는 학년으로 운영할 것”라고 했다.

학생들의 학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3단계 학습안전망도 구축한다. 학생들이 △교실(담임교사) △학교 안(기초학력 다중지원팀) △학교 밖(서울 및 지역학습도움센터)에서 학습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 조 교육감은 “교사가 교실 내에서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보정·관리하고 교사의 노력만으로 지원이 어려운 학생은 학교별 기초학력 다중지원팀을 통해 맞춤형 학습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학교별 다중지원팀은 교내 교사들로 꾸려질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종의 학교별 태스크포스(TF)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 병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초중고 모든 일반교실에 무선망을 구축하고 수업영상 등을 제작할 스튜디오 설치를 지원한다. 조 교육감은 “어디에서나 원격수업이 가능하도록 학교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들에게는 스마트 기기를 충분히 제공, 학습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서울교육청은 인종지능(AI) 기반의 미래교육을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올해 초·중·고 50개교를 AI교육 선도학교로 운영하고, 교육대학원과 연계한 AI교육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하는 게 대표적이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인공지능형 수업 혁신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융합 기반의 미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 인재 양성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