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온상 '몰래 변론' 광범위…정운호 사건 처리 檢 과오 명백

by이성기 기자
2019.04.17 11:06:23

최근 10년간 66건(55명) 징계처분, 대부분 과태료에 그쳐
성공보수 달성에만 매달려…법조계 고질 병폐
과거사위, 검찰에 제도 개선 권고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2016년 6월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몰래 변론’ 행태가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몰래 변론이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형사 사건 무마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관행을 말한다. 몰래 변론은 수임 자료가 남지 않아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의 감독을 피하고 탈세의 온상이 될뿐 아니라 고액 수임료를 감당하기 힘든 대다수 국민을 차별하는 위헌적인 불법 행위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과거사위)는 최근 10년 간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 대한 몰래 변론 관련 대한변협의 징계처분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관비리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126건 가운데 66건(55명)을 징계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제명 2건(1명), 정직 8건(6명), 과태료 50건(42명), 견책 6건(6명) 등으로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위는 몰래 변론의 대표적 사례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을 들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몰래 변론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수사검사, 결재검사와 학연·지연 등 개별 연고 관계가 있는 전관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만나 수사 상황을 파악하고 불구속 수사 등 희망사항을 전달했다. “3차장 검사와 대검에서 같이 근무했고 중매도 섰을 정도로 가깝다”며 친분을 과시한 그는 실제 2015년 8월부터 약 2개월 간 18차례나 3차장 검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정 전 대표에게 ‘추가 수사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 됐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과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상습도박 혐의로만 구속 기소했다. 업무상 횡령 부분은 추가 수사를 이유로 분리한 뒤 미처분 상태로 남겨뒀지만, 이후 기소 또는 불기소 등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은 채 처분을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거사위는 전했다.

과거사위는 “(업무상 횡령 혐의)미처분의 과오가 몰래 변론이나 청탁에 따른 결과라고 볼 직접적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에 응한 점, 결과적으로 검찰권이 정당하게 행사되지 않은 과오가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전관예우 등 잘못된 폐습에 대한 검찰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현행 검찰의 ‘형사 사건 변론기록’ 제도 개선 △몰래 변론 연루 검사 감찰 및 징계 강화 △수사검사 외 상부 지휘검사에 대한 변론 제도 개선 △사건 분리 처분시 미처분 부분 누락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검찰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