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로 전환 근로자 “만족도 높다”

by정태선 기자
2016.01.21 12:00:00

기업 78.4% "시간선택제 전환제도 유지·확대 계획"
작년 시간선택제 일자리 만족도 및 실태조사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김영숙(48) 씨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자녀 2명을 둔 워킹맘이다. 2013년부터 반도체 관련 회사에서 전일제로 일한 김씨는 2015년 5월부터 시간선택제 근무로 바꿨다. 전일제에 비해 임금은 조금 덜 받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 시간제로 바꿨다. 김 씨는 “평일 오후 4시에 퇴근하면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가사도 여유 있게 할 수 있어 좋다”며“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바꾸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철(34) 씨는 지난해 초부터 몸이 안 좋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시간선택제 근로 전환. 회사가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덕분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시간선택제 근로를 하면서 퇴근 후에 치료도 하고 충분히 쉬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박 씨는“건강 문제로 회사 다니는 게 힘들었는데, 회사 배려로 시간선택제로 일하면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말했다. 박씨는 2015년 12월부터 다시 전일제 근무로 바꿔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가사, 건강, 육아 등의 이유로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바꿔 일하는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 사업장의 인사담당자(300명), 시간선택제 근로자(400명), 전일제근로자(200명)을 대상으로 작년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전화설문 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았고, 특히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근로자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시간선택제 신규 근로자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기준에서 4.3점,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근로자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4.4점으로 나타났다.임금수준을 비롯해 담당업무, 복리후생제도, 업무환경 전반에 걸쳐 전환형 근로자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전환형 근로자들의 특성을 보면, ‘여성, 30대, 기혼, 미취학 자녀를 둔 근로자’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이들에게 지속적인 전환형 시간선택제 근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운영한 인사담당자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4.2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시간선택제 근무형태를 도입한 사업장의 도입 목적별 도움 정도를 살펴봤더니, 신규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사업장은 ‘피크타임대 업무 분산’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했다.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사업장은 ‘숙련인력의 이직 감소’ 및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지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3.9점으로 높게 나왔다. 그 중에 중견기업(30∼299인)과 서비스업의 만족도가 각 4.4점으로 타 규모나 업종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내 시간선택제 근로를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도 높았다.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2014년 63.7%에서 2015년 67.3%로 상승했고, 시간선택제 전환 제도를 유지·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중도 78.4%로 높았다. 또 시간선택제 신규 채용 사업장의 31.9%가 향후 시간선택제 전환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 있었다.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들의 90%는 “현재 직장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필요”하며, 79.5%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전일제 근로자들의 77%가 “향후 전일제로 복귀한다는 전제 하에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안준기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전환형 시간선택제가 확산돼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일·가정 양립형 고용문화가 정착되도록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부 지원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근로일과 장소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근무제를 도입해, 유연한 근로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데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