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실적의 눈..업종 동조화 강해진다

by김인경 기자
2014.07.07 14:52:26

유례없는 원고현상.. 수출주·내수주 2Q 실적 희비 갈릴듯
ETF 통해 섹터별 대응 나서는 것도 방법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전례없는 원고 현상이 기업 실적에 명암을 드리우고 있다. 환율이 2분기 상장사의 실적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수출 관련 업종과 내수 관련업종의 온도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 171곳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8조9339억원으로 4월 말(31조4464억원)에 비해 8.0% 감소했다.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목이 감소세를 주도했다. 달러-원 환율이 1009원대로 내려오며 연초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황인 만큼, 수출업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실적 발표 첫 테이프를 끊는 삼성전자(005930)는 코스피 대표적인 수출주다. 스마트폰 수요 둔화가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를 높이는 주요인이지만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원화가치가 1% 오를 때마다 삼성전자 영업익 추정치를 4% 가량 낮춰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등 수출이 매출의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자동차 업종의 실적 전망도 어둡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005380)의 경우, 원화 강세로 인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가량 감소했을 것”이라며 “출하량은 3.8% 늘었지만 매출액은 0.6%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원화 강세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정유업종도 원화 강세로 인해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화 강세에 콧노래를 부르는 업종도 있다. 경기소비재의 2분기 실적 추정치 6조3087억원 수준으로 지난 4월말에 비해 3.1% 내렸다. 필수소비재의 실적추정치는 16조270억원으로 4월보다 오히려 0.2% 상향됐다.

경기민감업종 중 철강업종은 주목할 만하다.

김진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화강세는 물론 원자재 가격 하락까지 나타나며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잉설비투자 억제에 따른 산업구조조정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된다는 점까지 감안할 때, 장기적인 수급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환율에 따라 업종 동조화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어, 이번 실적 시즌에는 종목이 아닌 업종별 대응도 유효하다는 평가다. 특히 당분간 내수 업종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경기방어업종이나 소비재, 증권업종 등을 기초지수로 한 ETF에 투자하는 것도 유망하다는 것. 현재 섹터 ETF는 총 33종이 상장돼 있다.

다만 섹터 ETF 대응이 단기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ETF 대응은 미시적 대응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실적시즌을 IT업종이나 자동차 업종의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