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영재 기자
2010.07.16 18:12:54
코레일 "더 이상 양보 없다..자금조달 계획 내놔야"
삼성물산 "코레일, 일방 통보..입장 바뀌지 않았다"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삼성물산이 철도공사(코레일)가 통보한 자금조달계획 제출 마감시한을 넘기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 쪽으로 기울고 있다.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 지역 땅주인이면서 최대지분(25%)을 갖고 있고 삼성물산은 17개 건설 컨소시엄의 대표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삼성물산에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하라고 통보했으나 삼성물산은 달라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코레일이 요구하고 있는 건설사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을 통한 자금조달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고 출자사 지분별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용산개발사업 출자사인 드림허브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지난해 말 발행한 85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이자(128억원)를 오는 9월17일까지 납입해야 한다.
코레일은 앞서 토지대금 8500억원에 대한 이자(128억원)를 연체하면 사업은 자동으로 중단된다며 사업중단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금조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삼성물산에 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삼성물산에 사업협약 등 계약을 준수하는 내용의 자금조달 방안을 16일 오후 6시까지 제시토록 했으나 아직까지 통보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물산에 지난 5~6개월간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 토지대금 납부연기 등의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더 이상은 양보하고 싶어도 양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사업추진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사업수주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코레일에 납부할 토지중도금 4조7000억원 전액을 준공 때까지 무이자로 연기하고, 서울시에는 현재 608%인 용적률을 800%로 상향조정해 줄 것을 제안한 상태다.
또 모든 출자사에 대해서는 각 사별 지분율에 따라 2조원을 증자하고 일시적 자금 부족분에 대해서도 출자사가 단기대여 방식으로 1조3000억원을 조달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가 바뀌면서 광역교통개선분담금 4000억원을 추가로 내야하고 지하주차장 면적도 50% 줄면서 사업성이 악화됐다"며 "적자를 만회하고 사업성을 높이려면 제안사항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조달 제출 마감시한) 16일은 코레일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시한"이라며 "조율을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마감시한인 16일을 넘겼다고 해서 코레일이 곧바로 계약해지 등의 강공을 택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주를 넘겨 다음주부터 실무선에서 다시 협의를 시작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레일과 삼성물산이 서로의 입장을 고수한 채 합의 도출에 최종 실패할 경우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코레일은 "추가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개발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는 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이 경우 땅값으로 받았던 자금의 일부를 반환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럴 경우 지역주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이 커 사업은 사실상 끝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도 최악의 경우 지분율대로 그동안 냈던 토지대금만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한강르네상스의 중심인 데다 국가적인 프로젝트여서 코레일과 삼성물산의 막판 극적 타협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