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얼간이 대통령`

by오상용 기자
2004.05.03 16:46:25

[edaily 오상용기자] 국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풍자는 국민들의 고된 삶에 활력소(?)가 되곤 합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의류업계에선 `얼간이 대통령`이 단연 화제입니다. 대통령을 조롱하는 문구를 세탁안내 라벨에 숨겨넣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핸드백·의류업체의 색다른 성공담을 국제부 오상용기자가 전합니다. "Nous sommes desoles que notre president soit un idiot. Nous n`avons pas vote pour lui." 미국 시애틀에 소재한 의류·가방업체 톰빈(Tom Bihn)이 가방과 티셔츠의 세탁안내 라벨에 세겨넣은 문구입니다. 우리말로 풀어 보면 "얼간이 같은 대통령을 둬서 심히 유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습니다"가 됩니다. 세탁라벨의 깨알같은 글씨를, 그것도 불어로 쓰여있는 문구를 누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까만은, 시애틀에 사는 한 고객이 불어사전을 뒤지는 정성을 보인 끝에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We`re sorry our president is an idiot. We didn"t vote for him")임을 알게 됐다나요. 이같은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 방방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AP통신과 AFP통신, 세계각지의 신문이 화제기사로 다뤘습니다. 톰빈은 몰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네요. 셔츠와 핸드백의 매출은 배이상 급증했고, `얼간이 대통령` 문구는 세탁라벨의 비좁은 공간을 탈출해 상품 전면에 대문짝만하게 인쇄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톰빈은 20달러짜리 티셔츠의 경우 판매수익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구요. 얼간이가 누구를 지칭한 것이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불어로 쓰여진 탓에 "쟈크 시라크 대통령이다" "아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등등 인터넷 채팅방에 한바탕 논쟁이 붙기도 했습니다. 톰빈사(社)의 사장인 톰 빈(Tom Bihn)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까요. "대통령(President)을 욕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괜한 오해는 마십시오. 얼간이는 사장(President)인 저를 지칭한 겁니다." "어느 대통령이 얼간이냐고요? 하하..그거야 편한대로 생각하십시오. 부시든 클린턴이든 시라크든 맘에 안드는 대통령이 있다면 아무라도 좋겠지요" 여하튼 톰빈의 재치있는 아이디어는 회사의 수익확대는 물론,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조롱과 풍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됩니다. 군부독재시절 대학가에선 젓가락장단에 맞춰 `5공비리 대머리, 속이고 노가리~~♬`라며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비꼬는 노래가 유행했었죠. 조선시대 숙종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강지처 내치고 장희빈의 치마폭에 싸여있던 나랏님 들으라고 "미나리(인현왕후)는 사철이요, 장다리(장희빈)는 한철이라"는 동요가 조선팔도에 애창됐습니다. 2004년 5월3일 한국사회로 돌아와 봅니다.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많은 의미가 부여됐던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차지` `제1당 등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중이지만 파면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국정과 군사·외교의 최고 수반으로 돌아오겠죠. 두달 가까이 휴식을 취한 대통령은 복귀전(?)을 위한 워밍업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지난해 2월말 국회의사당에서 노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본 저는 그날 edaily 리포트에서 "박수와 환호성에 익숙해지는 대통령 보다 서민의 소리, 쓴 소리에 귀기울이는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으며 대화의 정치를 펼차나가겠다던 그에게 `노 대통령 집권 1년은 싸우느라 다갔다`는 야당과 세간의 평은 뼈아픕니다. 이제 다시 4년의 잔여임기가 주어진다면 살림살이에 지친 서민들의 주름살을 펴주기를, 입달린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부르짖는 상생의 정치를 실현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행여나 톰빈사(社)의 `얼간이 대통령` 상표를 수입하겠다는 업체가 줄을 서고, 톰빈 명동지점이 들어서는 일은 없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