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가지수전쟁 재연

by권소현 기자
2003.04.30 17:03:18

[edaily 권소현기자] 유럽증시에서 주가지수 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공격하는 쪽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이고 미국과 독일이 손을 잡고 수성을 다짐하고 있다.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투자자들은 하나의 통화로 유럽 여러나라 증시의 주식들을 살 수 있게 됐다. 이는 또한 유럽 증시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주가지수의 태동으로 이어졌다. 유럽증시 전체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위한 벤치마크지수도 필요했고 파생상품시장의 발전도 기초자산인 주가지수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 발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것은 미국 다우존스와 독일의 도이체뵈르제. 이들은 유로권의 블루칩 50종목으로 구성한 유로스톡스50지수를 선보이며 단기간에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영국의 FTSE, 미국의 MSCI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지수를 내놓았지만 경쟁에서 밀렸다. 유로스톡스가 이처럼 시장점유에 성공한 것은 지수 이용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펀드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지수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를 받는게 일반적이었다. 유로스톡스50지수르 벤치마크로 삼는 펀드매니저들이 늘어나면서 파생상품시장에서도 선두자리를 굳혔다. 유로스톡스50의 아성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것은 프랑스 파리를 본부로 하는 유로넥스트와 FTSE. 이들은 29일 FTSE유로퍼스트80 및 FTSE유로퍼스트100지수를 출범시키며 파생상품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로스톡스50과의 정면 격돌은 불가피해졌다. 유로넥스트와 FTSE의 도전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파생상품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갖추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외면을 당하기 쉽다. 투자자들은 파생상품 거래에서 최대한의 유동성을 확보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시장을 선호한다. 유로스톡스50지수의 성공으로 파생상품 거래가 늘어난 곳은 도이체뵈르제와 유렉스였다. 유동성은 새로운 유동성을 낳으며 유로넥스트 등과의 격차를 벌였다. 유로넥스트와 파트너인 FTSE로서는 위기. 새로운 지수를 내놓은 것은 위기탈출을 위한 시도인 셈이다. 다행히 펀드매니저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FTSE유로퍼스트는 유로스톡스50에 비해 더 많은 종목을 포함하고 있어 시장의 단면을 보기에 더욱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유로스톡스는 출범 당시 50개 기업이 지수의 대표성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종목수라고 판단했다. 반면 FTSE의 마크 메이크피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세계가 변화하고 있고 펀드매니저들은 더 많은 종목을 포함하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또 시가총액이 크더라도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벨기에 등 시장규모가 작은 시장의 종목들은 피했다. 유로권 증시 전체의 흐름을 추적하는데 오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FTSE는 또 유로스톡스50지수와 마찬가지로 지수파생상품이나 상장지수펀드(ETF)가 지수를 이용할 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웨스트베리자산운용의 시몬 후크웨이는 "FTSE유로퍼스트 지수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지수보다 구성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HSBC자산운용의 알레인 드로머 CEO 역시 "FTSE유로퍼스트가 투자자들과 실적평가 컨설팅 업체들에게 마음에 지수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면 굉장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FTSE유로퍼스트가 유로스톡스에 대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 지수를 기초로한 상품출시 계획은 아직 드문게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지수가 떠나간 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펀드매니저들이 벤치마크 지수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JP모건의 앤드류 프레이어-샌더스 애널리스트는 "상품으로서는 더욱 나을지 모르겠지만 유동성은 높지 않을 것"며 "유로스톡스50에서 유동성이 옮겨올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