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대체' 배터리 공급망 허브 잠재력…국가전략 필요"

by최영지 기자
2024.02.22 12:00:00

대한상의, ''한국 배터리 공급망 허브 구축가능성'' 연구
"양극재 최대 수출국이나 글로벌 공급망 위상 낮아"
"국내생산 지원 강화·광물 수입다변화 필요"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한국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기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2일 ‘한국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허브 구축 가능성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공급망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은 광물 채굴·제련 및 배터리 셀 생산 등 주요 단계에서 중국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배터리 핵심광물 5대 품목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재 중국 중심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형성돼 있지만 향후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공급망 허브가 될 잠재력을 가졌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셀 구성요소인 양극재 공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배터리 허브 구축에 긍정적인 요소다. 또 배터리 셀 부문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상당 부분 공급하는 핵심광물 자원의 경우 실제 매장량은 중국 이외 국가에 분산돼 있어 중국 리스크가 크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주요 광물 매장 비중을 보면 코발트는 콩고가,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리튬은 호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SG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위상은 한국이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SGI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공급망 내에서의 중계 역할을 측정하는 지표인 ‘매개중심성’을 계산하여 국가별 공급망 위상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배터리 중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매개중심성이 높아 공급망에서의 위상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 수출액이 전세계 1위와 3위를 각각 기록했으나 매개중심성은 수출 순위보다 낮은 7위와 21위를 기록하며 공급망 내에서의 위상은 수출액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하는 삼원계 양극재의 경우 한국의 매개중심성은 전세계 7번째로 공급망 내 위상은 수출액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김경훈 SGI 연구위원은 “한국은 수출이 소수 국가에 집중됨에 따라 다양한 국가들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공급망에서의 위상이 낮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SGI는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위상을 높이고 배터리 무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핵심광물 5대 품목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가적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국내생산 강화를 위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배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4%에 달하지만 높은 해외생산으로 한국의 생산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배터리 수요를 담당하는 전기차의 국내생산이 이뤄져야 배터리의 국내생산 확대가 가능한 구조인데 우리나라의 세계 배터리 생산 점유율 1%는 국내 전기차 생산의 세계 생산 비중(3.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소재·부품과 광물 중에서 가능한 부문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수입다변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인조흑연과 이를 활용한 음극재, 수산화리튬 등의 국내투자 및 생산이 늘어나는 중”이라며 “한국이 이들 품목의 공급기지가 되도록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제련되고 있어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을 다변화하고 수송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진해 조달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 △국내 마더팩토리 구축 △해외광물개발을 위한 민관협력체 설립 △기업기술 개발 촉진 등을 제시했다.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를 도입해 우리기업의 국내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기업이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동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 국내에 배터리 셀 생산 관련 연구개발(R&D)과 제품 설계 등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마더팩토리를 구축하고 해외에는 현지생산을 담당하는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