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쏘면 `10㎝ 관통` 불법무기 만든 불체자.."유튜브 보고"(종합)

by황병서 기자
2023.11.28 13:00:00

총포 관리 법률 위반 혐의…11명 검거
위챗으로 부품 구매 후 조립해 페이스북 등으로 판매
약 2년 간 6500만원 수익…“고무총 유효사거리 30m 달해”
경찰 “불법 사제 발사장치 유통을 차단할 예정”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사람에게 쏠 경우 깊게는 10㎝까지 박힐 수 있는 고무총 등 불법 무기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내에 유통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등 11명이 검거됐다. 이 일당은 해외 직구를 통해 부품을 들여와 이를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사 장치 시연 영상(영상=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1계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29)씨 등 태국인 9명을 포함한 총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제조·판매책 1명은 지난 9월 구속 송치됐으며, 2명은 불구속, 나머지 8명은 출입국사무소 인계를 통해 강제 추방됐다. 이들이 보유한 발사장치 15정, 화살촉, 쇠구슬 등 다량의 부품을 압수했다.

이들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고무줄과 발사 지지대 등을 이용해 15~17㎝ 길이 화살촉, 쇠구슬을 발사할 수 있는 불법 발사장치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총 420회(6500만원 상당)에 걸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포 도검 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발사된 탄환의 운동 에너지(파괴력)이 0.02kg/fm을 초과하는 것’은 모의 총포로 분류된다. 모의 총포를 소지하는 것은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들이 소지했던 화살촉은 2.38kg/fm, 쇠구슬은 0.75kg/fm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2018년 한국에 입국 후 불법 체류 신분으로 경남 소재 농장 등에서 일을 하고 지냈으며, 유튜브를 통해 발사장치 제조 방법을 익혔다. 농장에서 일하며 만난 태국인 부인 B(40)씨와 범죄를 공모했다. 이들 부부는 2021년 9월부터는 위챗을 통해 발사장치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구매해 판매해왔다. 판매된 발사장치는 고무줄 탄성을 이용해 화살촉, 쇠구슬을 발사할 수 있고, 발사대와 조준경이 부착돼 있어 정확성이 높고 원거리 사격이 가능한 구조로 사람의 신체에 충분히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위챗을 통해 들여온 단가 4만~5만원의 화살촉·구슬 세트를 9만~15만원에 판매했다.



경찰은 올해 7월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불법 발사장치가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SNS 분석과 압수영장 집행을 통해 제조·판매 피의자 A씨를 특정해 검거하고, 판매를 위해 보관 중이던 발사장치 4정과 화살촉, 쇠구슬 등 다량의 부품을 압수했다. 또 A씨 진술·계좌 거래 및 택배 발송 내역 등을 토대로 불법 발사장치 판매 내역을 특정한 후 최근 발송지 53개소를 확인해 구매자 9명을 검거하고 발사장치 11정을 추가 압수했다. 미회수된 발사장치에 대해서는 판매 내역에서 확인되는 구매자 인적사항과 거주지를 토대로 관할 경찰서에 명단을 통보, 지속적인 단속 및 계도 활동을 통해 불법 발사장치를 회수할 예정이다.

피의자 A씨는 완제품의 경우 포장이 어려워 제작에 필요한 부품들을 세트로 판매한 후 SNS 실시간 방송 또는 메신저를 토해 조립 방법 영상을 공개하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 발사장치는 관통력 등 그 위력이 강해 인체·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에 따르면 5㎝ 거리에서 고무총을 사람에게 쏠 경우 7~10㎝ 깊이로 박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효 사거리는 30m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판매된 화살촉은 표적에 맞은 뒤 빠지지 않도록 보조날개가 펴지는 구조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경우 이러한 발사장치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낮고, 주로 지방 농장에 일하면서 여가시간에 강가에서 새·물고기 등을 사냥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위해 발사장치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발사장치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장보은 서울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1계장은 “강력범죄에 이용할 수 있는 이러한 불법 발사장치 제조·판매 사범 등에 대한 첩보활동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단속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국내 외국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러한 발사장치의 위법성 및 위험성에 대한 계도 활동을 전개해 불법 사제 발사장치의 유통을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