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연호 기자
2023.04.21 16:07:11
스불재, ''스스로 불러온 재앙'' 준말...''자승자박'', ''자업자득''과 유의어
''라젠카, 세이브 어스'' 하현우가 부른 후 가사 "스스로 불러온 재앙" 회자되며 유행
''지팔지꼰'',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다음 < > 속 희재와 정빈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말은?
<희재: 오늘 소개팅 어디서 하기로 했어?
정빈: 합정에서 보기로 했어. 근데 그것보다 큰일이 생겼어. 어젯밤에 먹방 보다가 갑자기 배고파서 라면에 만두까지 먹고 잤더니 얼굴 부었어.
희재: (_)!>
1)스불재 2)소지말박 3)캘박 4)엄근진
정답은 1번 ‘스불재’다. 신조어 스불재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준말로, 자신이 벌인 일을 후회하거나 자책할 때 쓰는 말이다. 본인의 의지로 한 행동이지만 능력 부족이나 다른 외부의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인해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사자성어로는 ‘자기의 줄로 자기 몸을 옭아 묶는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기 자신이 옭혀 곤란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자승자박(自繩自縛)이나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자기가 받음’의 의미를 갖는 ‘자업자득(自業自得)’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스불재’의 유행은 노래 가사에서 시작됐다. 고(故) 신해철이 지난 1997년 작사·작곡해 발표한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라는 곡의 가사 중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라는 부분이 등장한다. 이 노래는 같은 해 방영된 순수 국산 TV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주제곡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이후 MBC 음악 버라이어티 예능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서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부른 것이 계기가 돼 널리 퍼졌다.
하현우가 해당 노래를 부른 영상은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자연스레 이 노래가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널리 회자되고 시간이 지나 이것이 줄어들어 ‘스불재’가 된 경우다.
‘스불재’와 유사한 뜻을 갖는 신조어들로는 ‘지팔지꼰’과 ‘지인지조’도 있다. ‘지팔지꼰’은 ‘지(제) 팔자 지(제)가 꼰다’의 줄임말이고, ‘지인지조’는 ‘지(제) 인생 지(제)가 조진다’의 준말이다. 속담으로는 ‘제 도끼에 제 발등 찍힌다’ 정도가 이에 상응한다.
개그맨 문세윤은 과거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서 신조어 퀴즈 중 ‘스불재’가 나오자 ‘스님 불교 재밌나요?“를 정답으로 내놔 폭소를 야기했다. 언뜻 불교 용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불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