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 이어 둘째 누이도 소송..삼성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

by윤종성 기자
2012.02.28 15:37:50

이맹희씨 이어 이숙희씨도 이건희 회장 상대로 유산상속 소송
이건희 회장, 소송서 지면 순환출자 고리 끊겨..지배구조에 영향
정치권, 재벌개혁 목소리 높일듯..삼성 "소송 확산되지 않기를"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에 이어 차녀 이숙희 씨도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두고 형제끼리 상속 다툼을 벌이는 `형제의 난`으로 싸움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장남 이맹희의 소송..삼성家 싸움, 전면전으로 번지나 )
 
재계에서는 그 동안 억눌려 있던 삼성가(家) 내부의 집안 싸움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관심은 이번 소송이 삼성그룹 지배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로 모아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누나인 이숙희씨는 지난 27일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인정된 차명주식을 돌려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생명 주식 인도 등 청구 소송을 냈다.

앞서 지난 12일 삼성가(家) 장남 이맹희 씨가 제기했던 소송과 같은 내용으로, 이번 소송 역시 이맹희씨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가 맡았다.

이숙희씨가 요구하는 것은 이맹희씨와 마찬가지로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차명재산 중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실명전환한 삼성생명 주식 ▲삼성전자 주식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간 삼성생명 주식 등이다. 소송 규모는 1900억원에 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남매가 승소해서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받게 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삼성은 현재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이 지분율 20.7%로 최대주주이고, 삼성에버랜드가 19.34%로 2대 주주다.
 
이맹희씨와 이숙희씨가 소송에서 이기면 각각 8.5%와 2.29%의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받게 되고, 지분이 줄어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032830)의 최대주주 자리를 삼성에버랜드에 내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는 보험지주회사가 되고,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005930)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는 보험지주사의 자회사가 된 금융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것이다.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범(凡) 삼성가의 다른 형제들까지 소송에 가세할 경우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더 줄어들게 된다. 삼성생명 지분 11.07%를 갖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이명희 회장은 소송에서 이기면 지분을 13.4%까지 늘릴 수 있다.
 
재계에서는 고 이병철 창업주의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유족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가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그룹은 총선·대선 등을 앞두고 빚어진 이번 형제간 유산상속 다툼이 자칫 정치논리에 휘말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그룹이 이번 소송과 관련해 "형제들간의 민사소송일 뿐"이라며, 선긋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의 공약을 내세우면서 `재벌 때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 형제들간의 볼썽사나운 상속 다툼은 정치권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정치권은 삼성가의 유산 다툼을 빌미로 재벌 개혁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으로선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미 25년전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유산 상속 문제는 다 끝났다"며 "더 이상 소송이 확산되지 않고 마무리될 것이란 희망과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