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경탑 기자
2003.12.17 14:50:00
[edaily 이경탑기자] "소비자에게 편의를 주겠다는 모바일 뱅킹에 정작 소비자는 없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모바일뱅킹이 은행권 및 이통사의 `지나친 자사 이기주의`에 따라 소비자의 편의를 뒷전으로 몰아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은행권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뱅킹 바람을 일으킨 국민은행과 LG텔레콤의 `뱅크온` 서비스가 정부 표준안이 아닌 독자적인 칩 방식을 채용,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뱅크온 서비스 고객이 다른 은행 또는 통신사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활용하려면 또다시 핸드폰을 교체해야 할 상황이다.
핸드폰을 바꾸지 않으려면 `IC칩`을 교체해야 한다. 결국 은행과 이통사를 바꿀 때마다 단말기 또는 칩을 교체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국민은행-LGT `뱅크온` 표준안 아닌 독자안.."제 멋대로"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060000)이 지난 9월 가입자수가 가장 적은 LG텔레콤(032640)과 `뱅크온`이라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며 금융권과 통신업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뱅크온`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기존 휴대폰의 금융서비스와 달리 휴대폰내에 IC칩을 장착, 거래의 보안성, 편의성, 경제성을 제고한 것이 특징. 종전 무선인터넷을 통한 금융 서비스르 이용할 경우 복잡하고 다양한 메뉴를 선택하고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를 대폭 개선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LG텔레콤의 `뱅크온` 서비스는 정부 표준안이 아닌 독자적인 보안 알고리즘을 채택, 향후 다른 은행 혹은 통신사 가입자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IC칩으로 교체하거나 최악의 경우 휴대폰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뱅크온이 채택한 보안 알고리즘은 기존 플라스틱 신용카드 방식의 3-DES방식. 이와 달리 금융결제원은 지난 11월 `금융IC카드 개정안`에서 개방형 방식인 SEED를 채택했다. SEED방식은 향후 은행권의 금융공동망(CD/ATM기)과 전자화폐 등의 호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보안성도 뛰어나다는 판단에서 범 은행권 합의하에 정해졌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IC칩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개발을 지난 3월부터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정부 표준안을 무시하고 독자노선을 강행하고 있다. 3DES방식으로 발급된 IC칩이 이미 25만개에 달하는 데 반해 SEED 방식을 채택한 모바일뱅킹 가입자는 전무하다는 점을 들어 아예 3DES를 표준안으로 밀어부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은행-LG텔레콤 `뱅크온`으로 만난 진짜 이유는
국민은행이 뱅크온 사업 파트너로 LG텔레콤을 선정한 이유는, 별도의 투자비 없이 다양한 수익원을 얻을 수 있고, 뱅크온 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F가 `모네타`와 `M커머스`란 독자 브랜드로 IC칩 기반이 아닌 무선인터넷 기반의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LG텔레콤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취약했고, 이같은 점에서 국민은행이 주도권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양사의 모바일 뱅킹 사업 비용 배분에서 LG텔레콤이 광고나 국민은행 매장내 부스설치, 판촉물 제작 등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뱅크온 서비스가 가능한 ATM기 설치만 담당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뱅크온 가입자를 1명 모을 때마다 가입수수료로 5만∼6만원 가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의 일반 대리점이 가입수수료로 1인당 2만원 가량을 받는데 비해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다.
국민은행은 가입수수료와 함께 자사가 만들어 배포하는 IC칩을 보급함으로써 모바일뱅킹사업에서 SKT을 따돌릴 수 있고, 향후 국내 모바일 사업 표준화도 주도하겠다는 노림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다른 은행들에 비해 먼저 보급함으로써 고객 이탈도 막을 수 있다는 1석3조의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LG텔레콤은 내년 1월부터 본격화될 번호이동성 제도에 기대를 걸며 신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태세. 뱅크온으로 현재까지 25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했으나 뱅크온 서비스를 전후한 가입자 순증 규모는 7만명에 불과했다.
가입자기준 시장점유율은 뱅크온 서비스가 시작되기 직전인 8월말 14.3%(474만8000명)에서 11월말 14.4%(481만3000명)로 0.1% 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54.3%(1815만9000만)로 변동이 없었고, KTF는 31.5%에서 11월말 31.4%(1047만1000명)로 0.1% 포인트 줄었다.
뱅크온 서비스가 SKT 가입자를 뺏어오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SKT 가입자보다는 KTF의 가입자와 기존 019고객의 뱅크온 전환가입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LG텔레콤이 뱅크온서비스와 관련한 수백억원대의 마케팅비용을 일반 대리점 등에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은행-이통사들도 반격 준비중
SK텔레콤은 올초 SK글로벌 사태가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북카드 인수를 통해 실질적으로 금융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등 향후 핵심사업 분야로 M-파이낸스를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전북카드 인수가 무산되면서 사업전략을 변경했다.
모바일뱅킹을 미래의 신규 수익원으로 발굴하려던 전략에서 기존 고객들에게 모바일 서비스를 가급적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기존 고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변경한 것.
따라서 그동안 정부 표준화 추이 등을 살피는 등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준비해오다 국민은행에게 `일격`(?)을 맞았다.
SK텔레콤은 국민은행-LG텔레콤 연합전선에 뒤이어 지난 9일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등과 모바일뱅킹 제휴를 맺고, 내년 3월부터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LG텔레콤 연합전선이 최근 기업은행 및 제일은행과 잇따라 뱅크온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등 은행권 세몰이에 나선데 따른 대응책이다.
SK텔레콤의 모바일뱅킹은 국민은행-LG텔레콤 계열과 달리 정부 표준안인 SEED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현재 제휴 은행권 등과 관련해 서비스 개발 중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모네타`에 뱅킹(현금 계좌이체)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서비스 개발에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금융권이 발행할 "IC칩" 발행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등 칩 관리방안에 대한 은행권과의 의견 조율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KTF는 이통업계의 만년 2위 설움을 씻기 위해 국민은행 등 다수 은행과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서비스 시행시기는 LG텔레콤처럼 은행권에 이끌려 시작하기 보다는 정부 표준안 작업 등 시장 성숙도 추이를 확인하고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시행시기는 SKT와 유사한 내년 3월경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처럼 모바일뱅킹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아직 없다. 이통사를 이끌고 모바일 뱅킹 사업을 주도하기 보다는 SK텔레콤과 KTF 등 대형 통신사와 제휴를 통해 가입자를 모집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모든 이통사들이 은행과의 제휴 체결을 시도해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은행권 "원칩-멀티뱅크는 수익저하" 반대..소비자 "뒷전"
모바일뱅킹 표준화와 관련, 2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3DES와 SEED로 양분되는 보안 알고리즘과, 휴대폰-가입점내 결제시스템(일명 `동글`)의 통신 표준 방식이다.
IC칩의 보안알고리즘 표준문제인 3DES와 SEED의 경우, 통신사들이 가입자의 편리성을 위해 은행간 호환을 희망하는데 반해 은행권은 통합시 타행계좌 이체 수수료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모바일뱅킹이 본격화되고 휴대폰내 장착된 단일 IC칩에 여러 은행 계좌 정보가 함께 수록될 경우, 타행 이체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행의 독자 방식인 3DE3 또는 정부 표준안인 SEED중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IC칩에는 자기 은행계좌정보만을 수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SK텔레콤과 제휴를 체결한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등은 고객의 선택에 맡기도록 했다. 즉 전자통장 기능만 들어 있는 "은행전용칩"을 선택하거나, 신용카드, 교통카드, 멤버쉽, 전자화폐 등의 기능이 들어있는 "모네타칩"에 전자통장을 올려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이처럼 양측은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합의를 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설치될 동글 표준화와 관련한 irFM방식의 표준화 문제는 이통사간의 문제로 이통사-금융권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보안 알고리즘에 비해 합의 단계에 접근했다.
이미 40만∼50만대 이상을 보급한 SK텔레콤의 동글에 적용된 방식을 기준으로 KTF-LG텔레콤의 소프트웨어를 추가 탑재하는 방식의 통합모듈 방식으로 표준화하겠다는 것. KTF와 LGT의 동글보급대수는 SKT의 10분의 1 수준인 4만∼5만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