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6.05.16 10:06:02
젊은층 고혈압, 생활습관이 부른 위험 신호
고혈압, 중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2030세대도 주의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5월 17일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국내 20~30대 젊은층 고혈압 유병률이 약 89만 명에 달하며, 인지율과 치료율이 낮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젊은 고혈압은 주로 나쁜 식습관과 비만 등 생활요인에 기인하며, 장기간 혈압 상승으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이 크다. 예방과 관리를 위해 싱겁게 먹기, 규칙적 운동, 체중 관리, 정기 혈압 측정이 필수적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4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인구 중 고혈압 유병자는 약 1,300만명에 달하며, 20~30대 청년층 유병자도 약 89만 명으로 추정된다. 젊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질환 인지율과 치료율이 30%대로 다른 연령 대비 현저히 낮은 것이 문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은 “혈압이 높아도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인해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20~30대에 시작된 고혈압은 혈관이 높은 압력에 노출되는 기간이 긴 만큼 40~50대 이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젊은 고혈압 부르는 생활요인
중노년층 고혈압은 나이가 들면서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고 동맥이 딱딱해지는 변화와 관련이 깊다. 반면 20~30대 고혈압은 혈관 노화보다는 생활습관의 영향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배달 음식과 라면, 햄, 소시지, 냉동식품 같은 초가공식품, 단 음료, 잦은 음주는 나트륨과 열량 섭취를 늘린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체내 나트륨 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더 많이 머물면서 혈관 안을 흐르는 혈액량이 늘고, 이로 인해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진다.
나쁜 식습관은 젊은 층의 비만으로 이어져 고혈압 발생 위험을 높인다. 2025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34.4%로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한다. 남성의 경우 20대와 30대 비만율이 각각 39.9%, 53.1%에 달한다.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며, 신장의 나트륨 배설을 어렵게 해 혈압 상승에 영향을 준다. 특히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염증성 물질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관 기능을 떨어뜨려 혈압 상승에 관여할 수 있다.
젊은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고혈압의 유병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은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밀어내야 하고, 혈관은 지속적인 압력을 견뎌야 한다. 이 과정이 오래 이어지면 혈관 내피 기능이 떨어지고 동맥 경직도가 증가하며, 좌심실 비대, 관상동맥 질환, 뇌혈관 손상, 신장 사구체 손상 등이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만성신부전, 뇌출혈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미국심장학회지에 발표된 연구(Association of Age of Onset of Hypertension With Cardiovascular Diseases and Mortality)에 따르면, 45세 미만에 고혈압이 발생한 군은 고혈압이 없는 같은 연령·성별 대조군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6배 높았다.
◇ 혈압 관리, 덜 짜게 먹고 생활패턴까지 바꿔야
고혈압 예방은 생활습관 교정에서 시작된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 관리를 위해 싱겁게 먹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정기적인 혈압 측정을 권고한다. 특히 20~30대는 단순히 싱겁게 먹는 원칙에서 그치지 않고, 배달 음식 횟수 줄이기, 국물 남기기, 라면·가공육·짠 안주 줄이기, 단 음료 대신 물 마시기처럼 습관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목표가 필요하다.
체중 관리 역시 젊은 고혈압 예방의 핵심이다. 특히 허리둘레가 늘고 내장지방이 쌓이면 혈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체중계 숫자뿐 아니라 복부비만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식사는 채소·통곡류·저지방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가공식품과 야식 빈도를 줄이는 방향이 좋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실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고강도 운동을 하기보다 숨이 약간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상태라면 무거운 중량을 들며 숨을 참는 운동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크게 올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주기적인 혈압 측정을 통해 자신의 혈압 수치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진료실 혈압 기준으로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은 정상혈압,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 이상은 고혈압에 해당한다. 혈압을 잴 때는 측정 30분 전 카페인 섭취, 흡연, 음주, 운동을 피하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는 것이 좋다.
김민식 과장은 “젊은층 고혈압 관리는 단순히 혈압 수치만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심장·뇌·신장 혈관을 보호하는 장기 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라며 “고혈압 약물치료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떄문에 진료를 미루기보다 미리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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