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도 사건’ 남편, 아내 사망 보험금 12억 받는다

by박정수 기자
2023.11.02 11:33:03

해돋이 보러 갔다 자동차 추락사고로 아내 숨져
형사재판서 살인 무죄…과실 사고로 결론
남편이 보험사 상대로 12억 보험금 청구
1심 패→2심 승…대법 “원심 판단 수긍”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자동차 추락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했다는 이른바 ‘여수 금오도 사건’의 남편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 최종 승소했다.

여수시 금오도의 한 선착장에서 추락한 승용차 (사진=여수해경)
2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A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3개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12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들에게 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연손해금 기산점에 대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어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A씨는 부인 B씨(당시 47세)와 해돋이를 보기 위해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경 여수시 금오도의 직포 선착장 방파제 끝 부분의 경사로 부근에 승용차를 주차했다.

A씨가 후진하다가 추락방지용 난간을 충격했고, 차 상태를 확인한다는 이유로 기어 중립(N) 상태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도 잠그지 않은 채 하차했다.

경사로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는 선착장 방파제 경사면을 따라 아내를 태운 채 바다에 추락했다. B씨는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56분경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한 후 오후 11시경 통화불가 상태가 됐고, 결국 익사했다.

당시 검찰은 A씨가 고의로 변속기를 중립에 두고 차에서 내린 뒤, 차를 밀어 바다에 빠뜨렸다고 보고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사고 직전 B씨 명의로 수령금 17억원 상당의 보험 6건이 가입된 점, 혼인신고 이후 보험금 수익자 명의가 B씨에서 A씨로 변경된 점도 살인 혐의 기소의 근거가 됐다.

A씨는 1심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를 인정받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돼 금고 3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에서도 살인을 무죄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을 유죄로 각각 인정한 원심 판결을 지난 2020년 9월 확정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법원
이후 A씨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롯데손해보험,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 3개사를 상대로 12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A씨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우연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이고, 사고 자체에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을 개연성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고가 1998년경부터 장의차, 레커차, 트레일러, 관광버스 등 각종 운전업무에 종사해 왔던 점, 주차장소에서는 경사면이 보이지 않고 곧바로 바다가 보여 경각심이 오히려 높았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하차하면서 단순히 실수로 주차(P)와 중립(N) 기어를 혼동했을 가능성을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는 A씨 승소로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승용차를 경사로를 따라 밀었다는 점에 관해 아무런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A씨가 30년 정도의 긴 운전경력을 가진 운전자라 하더라도 당시 조명이 없는 밤중에 예기치 못한 상황의 전개에 당황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승용차의 변속기 조작 방법을 혼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또 “A씨가 망인에게 보험계약의 사망담보를 최고한도로 증액하도록 권유한 이유를 망인을 살해할 의사로만 바라보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A씨가 보험수익자로서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것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섣불리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증명책임, 보험수익자의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판례위반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