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혁신]중세 연금술사처럼…R&D 성과·실패 안따진다

by김상윤 기자
2018.12.18 11:40:00

산업통상자원부 2019년 업무보고
신기술 육성위해 R&D시스템 개편
이미 개발된 기술은 M&A 전략병행

지난 10월 1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백경욱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고해상도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극미세 피치용 이방성(異方性) 전도 필름을 개발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신기술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를 대폭 개편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미래 신기술 육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성공·실패 여부를 따지지 않는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 4차산업혁명 등 기술 발전속도가 빠른 부문은 개발과 획득을 병행하는 식으로 R&D지원을 추진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같은 골자의 제조업 혁신전략을 담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18일 업무보고 했다.

정부는 우선 과감한 연구개발(R&D) 문화 조성을 위해 내년 100억원 등 매년 산업R&D의 일정 부분을 성공·실패를 가리지 않고 산업적 파급력을 평가하는 알키미스트(연금술사)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철로 금을 만들려던 그리스 연금술사들의 실패한 노력이 현대 화학의 시초가 된 것처럼 파괴적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축적의 시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를테면 깃털처럼 가벼운 금속구조체나 1분내 충전 가능한 배터리, 몸속을 다니며 암세포를 파괴하는 나노로봇, 비서로봇 등이 대상이다. 좀처럼 쉽게 성과를 내기 어려워 출연연이나 업계에서도 쉽게 R&D에 나서지 못하는 분야다.

산업부는 내년 1월 공학한림원 등의 수요조사를 거쳐 산학연 최고전문가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기존에 목표달성 여부에 따른 성공·실패 판정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산업적 파급력 관점의 평가제도도 내년 3월 신설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학연 연구의 경우 성공률이 80~90%에 달하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실패하더라도 축적된 기술이 있다면 산업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울러 ‘플러스 R&D’ 시스템도 도입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4차산업혁명 기술은 M&A를 통한 기술획득 전략으로 대응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연구자가 기술개발에 앞서 기술도입 가능성을 반드시 사전에 검토하도록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을 내년초 개정한다. 정부는 특허수취 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이 공공 특허기술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실시 기준도 명확히 해 공공특허기술 이전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연구소의 미활용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이 이전해 갈 경우, 해당기업에게 추가 R&D과제 및 공공연구소 개발인력 파견을 지원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 기술획득, 사업재편 등을 목적으로 하는 M&A에 지분을 투자하는 산업기술정책펀드도 14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패 확률이 커서 쉽게 R&D나서지 못하는 관행을 깨기 위해 R&D시스템을 개편하려고 한다”면서 “이미 개발된 기술은 M&A전략으로 추진하고 한발 더 나간 기술 개발을 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