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vs 文· 安, 'ICT 콘트롤 타워'에 이견...방통위 '충격'

by김현아 기자
2012.11.21 18:04:14

박근혜 측 ICT 콘트롤 타워 안 지지..야권 후보는 단순 지지 아냐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콘텐츠와 공영방송 공공성 강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의 ‘ICT 정책’ 담당자들이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혀 IT 업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충격에 빠졌다.

정보통신기술 및 방송(ICT)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의 관심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를 지식창의시대로 이끄는 화두가 돼 주목받는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옛 정보통신부 기능 중 일부를 행정안전부(국가 정보화·정보보호), 지식경제부(IT산업진흥), 문화체육관광부(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진흥)로 넘기고, 규제 기능 정도만 옛 방송위원회와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든 뒤 ICT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1일 (사)미디어미래연구소(소장 김국진)가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주최한 ‘미래혁신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토론회에 참석한 각 후보 캠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ICT 콘트롤 타워에 대한 인식에선 온도차를 보였다.

박 후보 측은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단말기(D)’를 한 부처에서 관장하는 ICT 전담부처를 언급했지만, 문 후보 측은 ICT 산업 정책 총괄 조정에 있어 독임제 부처를 인정하면서도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하는 조직에서 콘텐츠를 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 측은 한 발 더 나아가 ▲독임제 행정부처와 그와 독립적인 미디어 위원회를 두는 경우(공영방송위원회 등)와 ▲네트워크 부문과 단말기 부문을 다른 부처로 떼 내고, 방통위에 콘텐츠와 플랫폼을 포함해 대위원회나 대부처를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박근혜 후보 측은 구체적인 방향성을 언급했지만, 야권 후보들은 ICT 조직개편에 대해 선거 이후 인수위와 별도로 ‘90년대 후반 방송개혁위원회와 비슷한 조직을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는 가수 싸이나 소프트웨어, 방송영상, 앱 등을 의미하고, 플랫폼은 NHN(035420) 같은 포털, 네트워크는 통신회사, 단말기는 삼성전자(005930)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박 후보 측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개방형 생태계에 적합한 ICT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면서 “규제와 진흥을 연계해 정책시너지를 높여야 한다”고 ICT 콘트롤 타워안을 지지했다. 형 전 위원은 박 후보 방송통신추진단에 공식적으로 속해 있지는 않지만 박 후보 비서실장 출신인 최경환 의원과 가깝다.



문 후보 측 고삼석 중앙대 교수(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는 “ICT 산업 정책 조정은 독임제 부처가 맞지만,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하는 조직에서 콘텐츠를 잘 할 수 있나”라면서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스토리텔링, 기획력, 인력,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문화부에서 콘텐츠의 핵심을 떼 내 새로운 기구에 접속하면 과연 두 개가 모두 발전할 수 있을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윤광식 IT미디어팀장과 함께 문재인 후보의 ICT 공약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안 후보 측에서 정책개발 업무를 하는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은 “일반 국민에게 물었을 때 방통위를 해체하라는 답이 나오는 것은 그 분 얼굴부터 떠올리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정부라도 공영방송의 공공성 속에서 거버넌스를 논의해야 하며, 방통위라는 조직이 잘못된 것인지, 운용이 잘못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박 후보 측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콘텐츠 기능을 ICT 통합부처로 넘기면서 문화부의 저작권 기능까지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실 미래 ICT에서 정부 역할은 크지 않다”면서도 “ICT를 하나로 모아 통합부처를 만들고 청와대에 ICT 수석비서관실을 만들어 예산권과 사업진행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정책과 진흥, 규제를 한 조직으로 일원화하는게 합리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민영 지상파 방송(SBS)은 통신사와 큰 차이가 없으니, 더 중요한 전제는 공영방송은 다른 유료 방송이나 IT 등과 별도로 분리해별도의 공영방송법으로 정하고 공영방송위원회를 만들어 디지털 시대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하 서울예대 교수는 “미국 등에서는 2006년에 ICT라는 개념이 표준산업분류로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적응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CPND를 ICT와 같은 개념으로 합의한 바 없다”면서 “얼마 전부터 이공계가 무너지면서 연예계나 콘텐츠 분야 대학의 학과가 이를 흡수하는 사례에 비췄을 때,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필요하지 이권 단체 논리로 가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예전 같은 축약형 경제에서는 정부가 산업정책의 성공 여부를 알았지만 IT 기술이 기반화된 지금에는 CPND를 한 부처에 모았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정부조직개편을 산업정책 위주로 가자는 것은 개발도상국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와이브로, IPTV, 지상파DMB의 사례에서 봤듯이 무조건 빨리 하는게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의 싸이가 정부 덕분에 만들어진 게 아니며, 한 부처가 모든 걸 총괄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실의 IT수석이 여러 부처를 횡적으로 다루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