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신성장동력이라던 하이닉스 왜 포기했나

by피용익 기자
2011.09.19 17:38:04

글로벌 위기 장기화 따른 자금 조달 차질이 주원인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STX(011810)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000660) 인수를 포기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TX는 시너지가 없다는 주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 왔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인수 추진 중단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STX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위기 장기화에 따른 투자 부담이다. STX는 19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가 불거지고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인수 방침을 철회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자금 조달 차질이 주된 이유다. STX는 중동 국부펀드인 아바르(AABAR)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이닉스를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아바르는 최근 투자 의사를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STX 관계자는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근거로 투자를 추진했으머 투자 유치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인수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STX의 이번 하이닉스 인수 추진 중단은 아바르의 투자 의사 철회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바르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국영투자회사인 국제석유투자회사(IPIC)가 설립한 투자 자회사다. 이 회사는 제조업부터 금융업까지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로 유명하다.

아바르의 모회사인 IPIC는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놓고 최근까지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어 일각에서는 STX가 아바르와 손잡은 데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여 왔다.

STX는 국부 유출,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STX와 아바르가 51% 대 49% 비율로 투자하고, 아바르는 경영 참여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바로 이 부분에 아바르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STX는 주로 조선해양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 인수 시너지가 없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D램 가격의 급락 양상이 이어진 점도 하이닉스 인수를 부담스럽게 만든 요인이다.

9월 상반월 DDR3 1Gb 고정거래가격은 0.52달러를 기록했다. 원가 이하로 떨어져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STX가 굳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이어졌다. 특히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에 한계를 갖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STX는 아바르의 투자 철회로 인한 자금 조달 차질에 반도체 시황 악화까지 겹치자 결국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지난 7월8일 아바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결정에 의아해 했지만 STX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부 유출 논란에서부터 시너지 부재 지적에 이르기까지 시장에서는 STX의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이날 하이닉스 인수 포기 관측에 STX의 주가가 4% 가까이 오른 것은 그간 시장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앞서 지난 8일 강덕수 STX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입장하면서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의지를 묻는 질문에 "봐야죠"라며 발을 빼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