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설리 기자
2011.04.04 15:47:12
SK 선제적 가격 인하..나머지 3사 "고민중"
비용부담 7000~8000억원 추정..과징금 예고까지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계절은 봄으로 접어들었지만 정유업계는 때늦은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휘발유 가격 인하에 나선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도 예고돼 있어 시름이 깊다.
중동 민주화 사태와 일본의 대지진 등 돌발 변수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을 전망이지만 가격 인하와 예고된 과징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할 판이다.
3일 SK에너지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리터(ℓ)당 100원씩 인하하기로 하면서 GS칼텍스 등 나머지 정유 3사도 조만간 후속 인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 `정부 압박 通했다` SK에너지, 휘발유·경유 가격인하)
당장 해당 3사의 주유소들이 SK에너지와 유사한 형태의 가격 인하 조치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SK주유소의 가격 인하로 경쟁 주유소의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품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석유제품의 특성상 가격 차이를 브랜드와 고객 충성도만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현업에서 이번 SK에너지의 조치와 관련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Oil 관계자도 "대응책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SK에너지는 소비자들이 직접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ℓ당 100원씩 기름값을 보전해주는 형태의 할인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증권가에서는 나머지 정유 3사가 SK에너지와 유사한 가격 인하를 실시할 경우 정유업계 전체적으로 7000억~8000억원 가량의 비용부담이 있을 것으로 봤다.
KB투자증권의 이인재 연구원은 "이번 가격 인하로 부담해야할 기회비용이 SK이노베이션은 2450억원, GS칼텍스는 1950억원, S-Oil은 84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각 사 올해 영업이익의 8%, 6%, 3% 수준이다.
이같은 전망으로 4일 SK이노베이션(096770) 주가는 10% 이상 급락, 시가총액이 2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GS칼텍스의 모회사인 GS(078930)는 8% 가까이, S-Oil(010950)은 5% 넘게 떨어졌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도 예고돼 있어 정유사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최근 정유사들에 원적지 관리 등의 담합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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