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4.09.13 21:07:32
[조선일보 제공] 전문가들은 집값이 연말까지 소폭 추가 하락한 뒤, 내년에도 약보합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강남(江南) 집값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세하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정부 정책’이 꼽혔으며, 내집마련 적기(適期)는 올 연말 전후와 내년 하반기로 다소 엇갈렸다.
조선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다음은 설문조사 주요 내용.
■ “집값 연말까지 소폭 하락할듯”
추석 이후 집값 전망에 대해서 응답자 대부분은 ‘단기-하락, 장기-약보합’을 점쳤다. 일단 연말까지는 집값이 소폭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이달 말까지는 이사철 수요가 일부 살아나 ‘반짝’ 상승도 예상된다”면서 “추석이 지나면 연말까지 매수세가 줄고, 거래량 감소와 매매가 하락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재건축과 소형, 수도권 외곽 주택은 하락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 이후에도 집값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12월이 고비”라며 “정부 정책의 변화나 경기 회복 기미가 없다면 2~3년간에 걸쳐 하락형 약보합 국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도 “거시경제 위축으로 구매력이 떨어졌고, 정부 규제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장기 약보합세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저금리와 풍부한 부동자금의 영향으로 중장기적인 상승도 점쳐졌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부동자금이 많고 양질의 주거환경에 대한 선호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점진적·국지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세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강남 집값은 30년에 걸쳐 학군 등 종합적 요인에 따라 형성됐기 때문에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하락까지는 아니겠지만,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정책·금리·경기회복이 변수”
향후 집값의 향배를 좌우할 변수로는 역시 정부 정책이 첫손에 꼽혔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규제 완화가 일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주택시장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세제 강화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시장의 반응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와 경기 회복 여부도 핵심적인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투자팀장은 “지난 2~3년과 마찬가지로 집값은 금리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고, 박재룡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은 장기 침체냐, 회복가능성을 찾느냐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의 중인 화폐개혁과 주택공급 물량, 행정수도 이전, 유가(油價) 등도 변수로 지적됐다.
■ “내집 마련 내년 하반기쯤” 견해도
무주택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내집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올 연말~내년 2분기를 꼽은 응답자가 많았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가 낫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희선 전무는 “인기 단지들은 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매물동향을 점검한 뒤 올 4분기 전후에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자금이 준비됐다면 지금이라도 좋다”고 조언했다. 김학권 대표는 “지금은 급매물이 많은 시점”이라며 “원하는 지역, 원하는 아파트를 눈여겨보고 연말 이전에 구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안홍빈 팀장은 “서두를 필요는 없다”면서 “대규모 입주에 따른 가격하락이 시장에 반영되는 내년 중하반기쯤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아 부연구위원도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