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03.04.08 18:00:34
"불이익 줄수도" 위협도..행정 편의적 태도
[edaily 정태선기자] "홈페이지로 다 알려졌지만 기사를 쓰면 안된다"
신보도지침을 가장 먼저 주장해 "언론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받은 문화관광부가 홈페이지로 정보를 공개해놓고선 기자들에겐 "엠바고(보도시점 제한)"을 요청하는 어이없는 촌극을 벌여 물의를 빚었다.
8일 오전 11시 문화부는 참여정부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통령업무보고에 앞서 오지철 차관 주재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을 개최했다. 브리핑제도를 도입한 후 두번째 브리핑이었다.
이날 발표에서 문화부는 현안과제로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성공 개최, 2010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내 헬기장 이전 등을 꼽았다. 또 쟁점과제로 문예진흥기금 확충, 월드컵 잉여금 활용·배분문제,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방송영상산업 지원정책 강화 등의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앞서 오지철 차관은 "업무보고에 앞서 기자들이나 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일부 내용을 보강하거나 수정할 것"이라며 확정된 내용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께 보고 이후 확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보도시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브리핑은 문화부의 소관분야가 폭넓은 만큼 기자들의 질문도 다양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아시아 관광허브로 건설하기 위해, 외국인이 5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경우 국내 카지노 영업을 허용하겠다는 대목에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강원랜드 파라다이스 등 국내 카지노 업체들도 사업권을 따는데 엄청난 공이 들어갔던 만큼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김포, 영종도 등의 경제특구로 제한하는 조건부 허용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민감한 사항이 아닐 수 없었다. 유독 이 문제만큼은 브리핑 이후에도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문화부는 이날 발표한 모든 내용은 대통령업무 보고가 끝나는 오후 5시이후로 보도를 제한했다. 엠바고를 건 셈이다. 그러나 문화부는 이미 브리핑시간인 오전 11시10분께 보도자료 전문을 홈페이지에 올린 상태였다. 누구나 연결해서 볼 수 있는 홈페이지로는 모든 내용을 알려놓고선 언론 보도는 제한하는 촌극을 벌인 것.
이후 문화부의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문화부 공보실은 "홈페이지에조차" 공개되어있는 "외국인 카지노 조건부 허용" 기사의 삭제를 요구했다. 또 이후 보강기사가 나갈 때는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위협도 보였다.
"앞으로 문화부의 모든 정보는 엠바고가 없지만 대통령께 드리는 업무보고 내용만큼은 엠바고를 지켜달라"는 요구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 업무보고 사안에 대해 엠바고가 있을순 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만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대통령만 모르게 하겠다는 뜻인가. 지나친 행정편의적 발상이 아닐수 없다.
문화부는 기자실 운영을 폐지하고 등록제로 전환, 개방적으로 언론을 상대하겠다고 선봉에 나선 정부부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정보를 먼저 공개하고도 기사화를 막는 문화부의 태도에선 미숙함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