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은행보다 친구 믿는다”…신용카드는 여전히 ‘높은 벽’
by최정훈 기자
2026.05.09 08:30:00
앱·다국어 따라 은행 바꾼다…비대면 이용 73%
신용카드 원하지만 발급 장벽 높아…서류·KYC 부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금융생활을 시작할 때 은행이나 전문가보다 지인의 추천에 더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발급 등 핵심 금융서비스에서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히는 등 금융 접근성 문제도 여전히 큰 것으로 분석됐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29.3%), 외국인 지인(15.7%), 직장 동료(12.0%) 등을 통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정보 역시 직장 동료(16.0%)나 외국인 지인(13.7%)을 통해 얻는 비중이 높아, 인터넷이나 금융회사 채널을 활용하는 국내 소비자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금융 이용 방식은 한국인과 유사하게 비대면 중심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73.0%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으며, 주거래은행 선택 시에도 모바일·인터넷 뱅킹의 편리성(42.2%)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특히 다국어 지원 여부와 외국인 전용 상품, 계좌 개설의 용이성 등에 따라 거래 은행을 변경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다만 금융상품 이용에서는 뚜렷한 제약이 확인됐다. 외국인이 가장 이용하고 싶어 하는 상품은 신용카드(19.9%)였지만, 실제 발급 과정에서는 높은 진입 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소득 및 재직 증빙(24.0%), 복잡한 서류 요구(22.7%) 등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언어 장벽과 내국인보다 까다로운 고객확인(KYC) 절차까지 더해지면서 금융 접근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은행 창구에서는 외국인 고객 응대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외국인 고객 확대를 위해 금융회사의 대응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중심의 금융 이용 환경에 맞춰 외국인 전용 상품과 다국어 기반 서비스 고도화가 필요하며, 실제 이용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 요소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또 외국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자국어 커뮤니티와 SNS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고, 지인 추천 기반의 보상 체계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고객 유입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외국인은 금융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고객 시장”이라며 “금융회사들이 서비스 구조를 개선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