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00명' 헌팅턴병 치료할 실마리 찾았다

by강민구 기자
2021.08.03 12:00:00

KIST 중심 연구진, 환자 뇌조직서 세포 손상 원리 발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이자 치료방법이 없는 헌팅턴병을 치료할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류훈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이정희 보스턴대 의대 교수, 서혜명 한양대 분자생명과학과 교수와 함께 헌팅턴병 환자 뇌 조직에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을 연구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기전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헌팅턴병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30~40세 전후로 발병해 15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성격변화, 치매와 함께 특징적 몸의 움직임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으로 국내 환자만 2000명이 있다.

돌연변이 헌팅틴 유전자때문에 만들어지는 헌팅틴 단백질은 뇌 부위 중 선조체의 신경세포를 파괴해 스스로 통제하거나 조절하기 어려운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헌팅턴 단백질로 인해 선조체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정확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헌팅턴병 환자의 뇌조직, 마우스, 세포모델 실험에서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XIAP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발현되지 않게 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XIAP 단백질은 세포사멸에 관여하는 p53 분자를 자가포식작용으로 분해해 세포손상을 줄인다. 연구팀은 헌팅턴병에 걸리면 XIAP 단백질 발현이 줄어 p53 분자 분해가 감소하면서 비정상적인 세포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증가한 p53 분자가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세포손상을 유발하는 현상을 확인해 헌팅턴병의 신경세포 손상기전과 치료를 하기 위한 병리기전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류훈 책임연구원은 “마우스 모델이 아니라 헌팅턴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한 새로운 병리기전이기 때문에 질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며 “헌팅턴병을 비롯해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들의 병리기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Progress in Neuro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