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확인 전 연애경험 설문" …인권위, 설문조사 강제한 대학교 인권침해

by손의연 기자
2019.06.27 12:00:00

조사 내용에 성관계, 연애 등 사적인 질문 포함돼
인권위 "인권교육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권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성적확인을 할 때 강의 내용과 상관 없는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한 것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학생들이 성적확인을 할 때 사적인 질문에 답하도록 한 A대학교에 대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A대학교가 재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기 전에 사적인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에 강제로 답변하게 한 것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조사에는 △연애 경험 유무 △연애 상대의 성별(동성인지 이성인지 여부) △첫 성관계 시기 및 성관계에 관한 생각, 피임여부 △진로 계획 및 경제적 사정 △가족과의 관계 △왕따 경험 등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A대학교는 재학생들의 실태조사를 위해 설문조사를 한 것이고 개인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온라인으로 성적을 확인하는 방법 외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강제로 설문에 응할 수 밖에 없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질문들이 민감한 내용이고 설문조사가 수강한 강의의 성적을 확인하려는 학생들의 의도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라며 “응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학생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이면서 중대해 A대학교의 조사 방식이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