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빨리 가려다가... 집앞 도로에서 하루 2.5명 사망

by박민 기자
2018.07.31 11:07:56

한국교통안전공단, 최근 3년간 교통사고 분석결과 발표
시속 60㎞→50㎞로 줄이면 사망 가능성 30% 감소

[이데일리 박민 기자] 최근 3년간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 사망자가 하루 평균 4.8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중 2.5명은 9m 미만의 집 앞 이면도로에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나 도심부 차량 속도 제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람 대 자동차간 보행사고(14만9784건)는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의 22.1%로, 이 중 사망자(5269명) 비율은 38.5%에 달했다.

이같은 보행사고 사망률(3.3%)은 자동차 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에 비해 3.9배나 높은 수치다. 또 보행사고로 인한 부상자 중 중상자 비율은 44.6%로, 차대차 사고(22.2%)보다도 2배 높다.

특히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의 62.7%는 9m 미만의 이면도로에서 발생했다. 하루 평균 2.5명의 보행자가 집 앞 이면도로에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처럼 보행사고에 따른 사망률과 부상률을 줄이기 위해선 이면도로 등에서 차량 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공단은 지적했다.

실제 공단이 지난 3월 인체모형을 이용해 실시한 보행자 충돌실험에 따르면 충돌속도가 시속 60㎞에서 30㎞로 절반 낮아지면 중상 가능성은 92.6%에서 15.4%로, 77.2%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교통안전 선진국의 도시부 제한속도는 시속 50㎞ 이하이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도로가 시속 60㎞로 설정돼 있다.



도로교통사고비용의 추계와 평가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도심부 차량 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일 때 사망 가능성은 30% 감소한다는 결과도 있다.

이 논문 내용대로 도시부 속도를 시속 50㎞로 낮출 경우 2016년 기준 보행 사망자 1662명 중 382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고, 연간 약 1639억 원의 사고비용도 감소한다.

이에 따라 공단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과 함께 보행자 사망자 감소를 위한 ‘도시부 속도하향 5030’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보조 간선도로, 보·차 분리된 왕복 2차로 이상 도시부 도로는 시속 50㎞, 이면도로와 어린이보호구역 등은 시속 30㎞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정책이다.

지난해엔 제주·구미·순천·전주시 등 10개 거점도시를 선정해 국토부·경찰청 등과 함께 국민공감대 형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고, 160개 구간의 제한속도가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도심부 속도를 제한할 경우 전체 주행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체 주행시간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공단은 지난 6월 서울 도심에서 평균 16.7㎞ 구간을 시속 50㎞로 주행하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시속 60㎞로 주행했을 때와 소요시간 차이가 평균 2분에 불과했다.

권병윤 공단 이사장은 “도심 내 보행자 교통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높은 차량주행속도 때문”이라며 “올해 공단은 전국 151개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구간을 자체 선정해 우선적으로 속도 하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