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최순실게이트…국정농단 의혹제기서 기소까지

by이승현 기자
2016.11.20 21:00:00

TV조선·한겨레·JTBC 보도로 의혹 제기해 국민공분 일으켜
檢, 최순실·안종범·정호성·재단·대기업 등 연이어 조사
박 대통령, 조사 거부…檢, ''범행공모'' 명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가 된 이 ‘최순실게이트’ 사건은 언론의 끈질긴 추적보도가 발단이다. 여론에 떠밀린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서면서 비선실세인 최순실(60·구속기소)씨를 앞세운 측근들의 국정농단을 지원하거나 눈감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은 최순실 일당의 범죄행위가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 7월 26일 TV조선은 ‘청와대 안종범 수석, 문화재단 미르 500억 모금 지원’ 제목의 보도를 했다. TV조선은 ‘미르’라는 민간 문화재단이 설립 두 달만에 대기업들에게 500억 가까운 돈을 모았고 이 과정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9월 들어 한겨레는 연속 보도를 통해 미르 재단 외에 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의 존재를 밝혀냈다. 한겨레의 보도로 최씨가 이른바 ‘비선실세’로서 국정농단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투기자본감시센터가 9월 29일 최씨와 안종범 수석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

결정타는 JTBC의 보도였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헌 추진을 선언한 지난 10월 24일 JTBC는 ‘최씨의 태블릿PC 안에 수정된 흔적이 있는 대통령의 연설문과 각종 정책자료 등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했다. 최씨가 정부 기밀자료 등을 수시로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의혹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강력한 물적증거였다. 이 보도를 계기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했다.

박 대통령은 이 보도가 나온 이튿날 ‘자신이 최순실에게 청와대 연설문을 전달했다’고 인정하며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성난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국정농단 사태 규명과 대통령 퇴진 등을 촉구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검찰은 지난달 27일 특수1부를 추가로 투입하며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매머드급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측과 이들 재단에 총 774억원을 낸 대기업들, 모금실무를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관계자들을 연이어 소환하며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가 결국 지난 10월 30일 독일에서 귀국하면서 검찰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 사과담화를 통해 검찰조사 및 향후 특검수사도 받겠다고 했다. 이후 지난 6일 대기업 대상 모금활동을 벌인 안종범 전 수석과 최씨에게 각종 청와대 자료를 넘겨준 의혹을 받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각각 구속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취재진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피해 검찰 관계자들에 이끌려 청사 내부로 급히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12~13일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 총수들을 불러서 조사했다. 특히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에게 거액을 지원한 삼성그룹을 대상으로 본사 압수수색과 사장 소환 등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5~16일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추진했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이를 거절했다. 박 대통령이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자 지난 12일에 이어 19일에도 전국에서 100만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검찰은 20일 최씨를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사기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도 각각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이들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