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각)구원투수와 병살타

by양미영 기자
2004.07.23 17:23:07

[edaily 양미영기자] 지수가 징검다리 장세를 거스르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이날도 730선의 지지력은 재확인됐다. 한 주 흐름을 살펴본다면 박스권 흐름에는 한치의 틈도 없었다. 730선과 750선 사이에서의 제한된 움직임은 물론, 10포인트 안팎의 장중 변동성이 꾸준히 유지됐고, 거래량도 좀처럼 늘어나지 못했다. 이날은 주말을 앞둔 관망세까지 가세했다. 다음주도 큰 그림에는 변화가 없다.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시들해질 것이고, 미국시장도 눈에 들어오는 지표나 이벤트가 없다. 세종증권 서형석 애널리스트는 "내주 역시 시장에 `이팩트`를 가할 재료들이 거의 없다"며 "미국시장 흐름에 따라 박스권 하단부 테스트 과정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다음주도 박스권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720선 부근의 지지선은 물론, 770선의 저항선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증시가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가 하락한 것은 미국장 마감 후 어닝 기대감이 불발된 영향이 크다"며 "우리시장이 이를 선반영한 것을 감안한다면 주말에 미 증시가 하락한다 해도 추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스권 상하단의 상대적 강도에도 큰 이견이 없다. 하반기 이후의 펀더멘털 상황이나 잠잠해진 악재들을 감안할 경우 박스권 상단보다는 하단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거래가 늘어나는 시점"이라며 "거래가 증가하면 지수는 아래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적으로 760선 부근을 돌파하기에는 기업실적이나 펀더멘털 재료 모두 희망적이지 않다"며 "기술적으로도 하락 삼각형이 완성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체질도 허약해졌다. IT나 금융주들이 바닥다지기에 부심중인 반면 최근 강세를 이끈 소재주들의 상승탄력 역시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강보합권에 머물며 낙폭을 제한했지만 생각지도 않은 SK텔레콤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기업 개별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며 매도세를 불렀고, 결국 문제가 된 와이더댄닷컴 주식 인수를 포기했지만 SK텔레콤 주가는 큰 상처를 입었다. 지수 하락세도 이날 만큼은 SK텔레콤이 주도했다. 서형석 애널리스트는 "한 기업의 경영 투명성 악재가 생각보다 큰 위력을 발휘했다"며 "약세장에서는 생각보다 영향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도주가 없는 약세장에는 소재주와 같은 `구원투수`도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골을 깊게 팔 수 있는 `병살타자`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