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찔린 명심…추미애 아닌 우원식 택한 이유
by이수빈 기자
2024.05.17 16:19:45
①중진그룹서 秋 개인 비토 정서
②스킨십 좋은 禹, ''교통정리'' 반발
''강성 대 친명''의 대결…결국 李의 승리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출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심’과 ‘명심(明心,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의중)’이 향한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의 선출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의 중진 의원들은 이번 결과를 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변이 일어날 줄 알았다”고 답했다. 이변의 가장 큰 이유 제공자는 추 당선인 본인인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우원식(오른쪽)·추미애 후보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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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급 이상, 특히 3선 이상 중진 그룹에서는 추 당선인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했다. 이들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일이 바로 ‘환노위 사건’이다.
지난 2009년 추 당선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참석을 막은 채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수만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추미애 당시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 경위가 환노위 회의장 안팎에 배치됐다. 이들에 의해 야당 의원들의 출입이 봉쇄됐다. 김상희 당시 환노위원은 “야당 위원장이 여당 의원들과 문을 걸어잠그고 법안을 날치기한 게 헌정 사상 있었느냐”며 “추 위원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고 분개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해달라는 법을 안해줄 수는 있어도, 우리당 의원들을 못 들어오게 막으니까 당시에 너무 충격이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3선 이상 의원들에게는 큰 상처”라고 말했다.
추 당선인은 이밖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해 민주당 중진 그룹의 뿌리인 ‘친노(親盧)’, ‘친문(親文)’ 그룹과도 척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추 당선인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의장 후보 정견발표에서 이 일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중진 그룹은 추 당선인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의 개인기도 이번 선거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경선은 원내에 진입한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의원 간 친소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우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만큼 스킨십이 좋은 의원으로 평가받는다.
민주당 내 김근태계가 주축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며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이 그룹도 우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친명계 재선 의원은 “우 의원은 부동표를 꽉 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 의원은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성호 의원이 불출마하고 조정식 의원이 추 당선인과 단일화하는 등 ‘명심 교통정리’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6선의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이 각각 전반기와 후반기 의장을 나눠 하는 분위기로 정리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4선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어 13일 “보도된 것처럼 이 두 분이 박찬대 원내대표, 혹은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분들의 권유를 받아서 중단한 거라면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불출마나 단일화) 시기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단일화나 불출마가 선거가 임박했을 때 하지 않았나”라며 “하려면 초반부에 했어야하는데 후반부에 하다 보니 서로 간의 감정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당대표와 법무부장관을 지내며 인지도가 높은 추 당선인의 강성 면모가 부각됐을 뿐, 우 의원 역시 가장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15일간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강경 투쟁을 해왔다. 이 때문에 우 의원은 자신이 ‘당심’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후보를 더 바랐던 심정도 있을 수 있다”며 “근데 속을 들여다보면 저도 그렇게 대충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명심이 추 당선인을 향했지만 당선인들 과반 이상이 명심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이 대표 리더십이 타격받을 일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감보단 추 당선인 개인에 대한 선호가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론 우 의원이 추 당선인보다 더 ‘친명’이라는 것도 의원들이 일치된 의견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한 의원은 “우 의원이 이 대표 (대통령) 경선할 때도 많이 돕고 대표하면서도 계속 곁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우 의원은 ‘찐명’이 아닐 뿐 친명은 맞다”며 “그런데 추 당선인이 친명인가? 우 의원보다 이 대표를 도운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