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헝다그룹 디폴트는 ‘통제된 철거’"
by김무연 기자
2021.09.24 16:15:45
SCMP, 자산운용사 3곳 전망 보도
헝다, 단기 차입 의존도 높아…대규모 구조조정할 듯
주택 공급 지체 시 정치적 위험↑ 국유화 나설 듯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은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과 관련한 중국 당국의 움직임을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기회에 헝다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정치적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 공급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란 설명이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산운용사 3곳을 인용해 헝다그룹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전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롬바르드 오디에의 호민 리 아시아 거시 전략가는 “헝다그룹이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주식 및 채권 투자자를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낮다”라면서 “현재 헝다그룹이 처한 상황은 ‘통제된 철거’”라고 정의했다.
헝다그룹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극대화하고 사전 판매로 자금을 조달하는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썼다. SCMP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부채에서 단기 어음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달한다. 리 전략가는 헝다그룹의 구조조정은 단기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회사의 취약한 재무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헝다그룹이 다른 부동산 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리 전략가는 “헝다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계획이 명확해지면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전략가는 헝다그룹의 디폴트 이후 중국 정부가 개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헝다그룹을 내버려두면 주택 공급이 중단되면서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리 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주택 구입자들이 분노할 것”이라면서 “그들에게 약속된 새 집을 주지 못한다면 정치적 불안정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소재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채무 조정과 잠재적인 디폴트 과정에서 질서 유지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로더는 보고서를 통해 “헝다그룹 디폴트는 널리 예측됐으며 중국 당국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헝다그룹의 무질서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 개입 가능성은 매우 높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국유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온라인 경제 전문 매체 아시아 마켓스 보도는 중국 당국이 헝다를 부동산 부문 등 3개 법인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슈로더는 “헝다그룹 대출은 대부분 담보가 잡혀 있어 손실은 제한될 것”이라면서 “중국 지방 정부 또한 헝다그룹의 협력업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롭 드라이코니겐 이머징 시장 채권 부문 대표는 헝다그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은행과 채권자는 긴 구조조정 과정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이코니겐 대표는 “중국 당국이 사회 안정을 위해 주택 구매자, 중소기업 납품업체, 고용을 보호하기 위해 더 빨리 나설 것”이라면서 “이는 최근 많은 디폴트 사례에서 볼 수 있었던 중국 고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모기지 상환 완화 △개발자에 대한 운전자본 신용 완화 △공기업의 헝다그룹 프로젝트 인수 등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