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덮쳤다`..코스피·코스닥 사상 첫 동시 거래정지

by최정희 기자
2020.03.13 11:54:48

한 날에 코스피·코스닥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발동은 역사상 처음
코스피, 장중 8.38% 하락..1680선, 8년5개월래 최저
코스닥, 장중 13.56% 하락..487선..7년3개월래 최저
2200여개 종목 무더기 하락.."외국인 매도 지속"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가히 13일의 금요일인가. 증시는 공포에 떨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장중 10% 안팎의 폭락세를 보이며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가 각각 한 번씩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 20분간 현물 거래 자체가 중단된다. 한 날에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코스피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18년6개월만이다.

서킷브레이커가 해제된 이후에도 2200개 넘는 종목이 무더기로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위 종목 중 199개 종목이 하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 등에 경기 위축 뿐 아니라 크레딧 위기가 발발할 것이란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며 원화 자산을 투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보다 8.38% 하락한 1680.60까지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를 겪었던 2011년 10월 5일 1659.31까지 하락한 이후 8년 5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는 장중 13.56% 하락한 487.07까지 떨어졌다. 2013년 12월 20일 483.84까지 내려간 이후 6년 3개월래 최저다.

코스닥 지수는 개장 이후 4분이 지나자 마자 2016년 2월 12일 글로벌 증시 하락 이후 4년 1개월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된 영향이다. 이에 20분간 현물 거래 자체가 정지됐다. 그러다 또 다시 9시 38분경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작년 8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150선물 6월물이 전일 종가보다 6.47% 하락하고 코스닥 지수 또한 7.33% 하락해 1분간 지속된 영향이다. 사이드카가 발동하면 5분간 접수된 프로그램매매 매도 호가의 효력이 정지된다.



코스피 지수는 코스닥 지수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직후 2분 뒤인 9시 6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일, 8년5개월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이후 이틀 연속 발동된 것이다. 코스피200선물 6월물이 전일 종가보다 5.70% 하락, 1분간 지속된 영향이다. 그러나 기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지속되자 코스피 지수의 하락폭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10시 43분, 코스피 지수가 8.14% 하락, 8% 이상 하락세가 1분간 지속되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20분간 거래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번을 포함해 역사상 네 차례 밖에 없었다. 직전엔 2001년 9월 12일, 9.11테러 이후 18년6개월만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공식적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데다 기대를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자회견 마저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통화정책은 물론 재정 정책 등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실망감이 커진 영향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을 확대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정책 효과 및 여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일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3~5%대 하락했고 그 뒤로 열린 유럽 증시가 12%, 이탈리아는 18%대 급락했다. 뉴욕증시도 9%대 안팎의 하락세를 보여 1987년 이후 최악의 증시를 연출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하루 만에 8% 넘게 하락하고 일주일간 15% 넘게 급락했던 때가 7차례 있었는데 그 중 5차례에서 경기침체가 나타났다”며 “1987년과 같은 급락이라면 곧바로 반등해 다행이지만 대공황과 같은 흐름이라면 반등이 나오더라도 그 후에 다시 하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불방케하는 전 세계 증시 폭락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5700억원 순매도세가 지속되며 이달에만 6조1000억원의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815억원 소폭 순매수중이다. 개인투자자는 무자비한 폭락세 중에서도 4400억원 가량 순매수 중이다.

그러나 이날 폭락세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강도가 세다. 시가총액 상위 200위권 종목 중 넷마블(251270)(0.92%)을 제외한 199개 종목이 하락하고 있다. 2221개 종목이 하락하고 고작 16개 종목만 상승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