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 "뚝심으로 혁신기업 일궜죠"

by이재호 기자
2016.08.01 13:29:57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
해외에서 탐내는 원천기술 확보
R&D에서 생산까지 전과정 맡아
"2~3년후 판매 본격화…연간 매출 1500억~2000억원 기대"

비씨월드 대표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2013년 봄.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는 독일 제약회사인 AET와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라이선싱 아웃(기술수출) 계약서에 최종 서명한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투자해 확보한 DDS(약물전달시스템) 원천기술의 진가를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수 조원대 매출 창출이 가능한 글로벌 강소 제약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도 함께 마련됐다.

홍 대표는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계약 체결일을 3월27일로 기억하는데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기뻤던 날”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올해로 설립 10주년이 된 비씨월드제약이 사명에 담긴 의미처럼 바이오(B)와 케미칼(C) 분야에서 세계(World)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실천에 옮긴 첫 걸음이었다”고 강조했다.

1980년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홍 대표는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시작해 동화약품 개발부장, 아주약품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제약업계에서 의약품 개발 역량은 물론 영업력까지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2006년 극동제약에서 기업을 맡아달라고 구조 요청을 했다. 과거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것이 인연이 됐다. 당초 경영만 전담할 계획이었지만 협상 도중 지분 인수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기업을 되살리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렇게 홍 대표는 잘 나가던 샐러리맨에서 부실 투성이인 제약회사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오너로 변신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로를 개척하고 시장성이 낮은 한방의약품 사업을 접는 등 체질 개선도 시도했지만 경영 여건은 녹록치 않았다. 홍 대표는 “자금이 모자라 살던 아파트까지 팔 정도였다”며 “은행 돈을 빌리려 지점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대출 상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꾸준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완제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동아제약 일동제약 보령제약 CJ헬스케어 LG생명과학 등에 납품하는 물량이 늘어났고 경영지표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14억원으로 전년대비 15.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26.9% 급증했다. 최근 4년간 매출 증가율은 평균 17.6% 수준이다.
비씨월드제약 여주 신공장 전경 사진
홍 대표는 2007년 비씨월드제약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당시에는 생소했던 DDS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DDS는 약물효과가 체내에서 장기간 지속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를 수주일에서 최대 반년에 한번으로 줄일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이 높아지고 원하는 조직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어 부작용도 준다. DDS 기술 확보에 사운을 걸고 미국 유타대 등에서 활약 중이던 서혜란 박사를 연구개발 총괄 상무로 영입했다. 서울대 약대 후배인 서 상무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DDS 기술 전문가로 지난 10년간 원천기술 4개를 개발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 6월 초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홍 대표는 “생산과 영업에만 목을 메는 제약회사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신기술 개발을 결심했다”며 “DDS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고 해외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기술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수석부사장을 영입하면서 R&D 측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좋은 인재를 어렵게 끌어들였는데 돌이켜 보면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씨월드제약의 기술력이 대외에 알려지면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합작을 타진해오기 시작했다. 2013년 독일 AET에 이어 2015년 9월에는 미국 에이콘(Akorn)과 전립선암 치료제 관련 라이선싱 아웃 계약을 맺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다이르(Sudair)와 17개 품목의 완제의약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DDS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의약품도 공급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기존 라이선싱 아웃과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기술을 내주고 로열티만 받는 대신 의약품을 공동 개발하고 생산은 비씨월드제약이 맡기로 한 것. 그는 “독일 AET와 협상하면서 우리가 직접 생산해 해외로 진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됐다”며 “처음에는 상대방측에서 황당해 했지만 지속적으로 설득해 결국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비씨월드제약은 원천기술을 활용해 생산을 담당하고 AET는 임상시험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품목허가 취득 등을 맡는 구조다. 시험 진행 비용은 모두 AET가 부담한다. 의약품 판매로 거둔 수익은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했다. 이는 미국 에이콘과의 계약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비씨월드제약은 임상시험이 끝나는대로 투입한 기술 개발 비용을 보전받는 차원에서 AET로부터 200만유로(25억원), 에이콘으로부터 500만달러(56억원)을 받기로 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판매할 의약품을 생산하려면 현지 제조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EU-GMP(유럽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미국은 CGMP(우수 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통과해야 한다. 홍 대표는 “우리가 경험이 없으니 GMP 인증은 계약 상대방이 책임지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다”며 “미국 에이콘과 협상할 때는 시차 때문에 화상회의까지 진행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했는데 결국 우리가 이겼다”고 강조했다. 비씨월드제약은 DDS 기술 기반의 의약품 생산을 위해 경기도 여주에 500억원을 들여 제2공장을 신설했다. 연간 5000억~1조원 상당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공장 준공과 함께 오는 9월 EU-GMP를 신청하고 내년에는 미국 CGMP 획득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이미 다 지었기 때문에 추가 투자 없이 과실만 따먹을 수 있게 됐다”며 “비씨월드제약이 해외 제약회사들과 맺은 계약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고 전했다.

AET가 공급할 정신병 치료제시장 규모는 2조원 수준이다. 에이콘이 판매할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 규모도 2조원에 달한다. 수요가 늘고 있어 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 비씨월드제약은 최소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2~3년 후 제품 판매가 본격화하면 연간 1500억~2000억원의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 홍 대표는 “여주 제2공장은 1층에 동결건조 시설이 운영되고 2~3층에서 DDS 기반 의약품이 생산된다”며 “제1공장에서 CMO 물량을 계속 공급하는 상황에서 제2공장까지 본격 가동되면 매출 증가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씨월드제약의 올해 매출액은 6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DDS 의약품 판매가 시작되는 2018~2019년에는 매출 2000억원 이상, 중장기적으로는 1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대표는 “땀과 열정으로 작은 회사에서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R&D 중심 제약회사로 성장했다”며 “과거 10년이 기본기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미래 10년은 존경받는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는?

1980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동화약품 개발 직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제약업계에서 꾸준한 경력을 쌓은 홍 대표는 1999년 아주약품 부사장으로 취임한 후 비씨월드제약을 인수하기 전인 2006년까지 이 회사에 몸담았다. 2006년 6월 1일 비씨월드제약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현재 혁신형제약기업협의회 회장, 한국약제학회 부회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