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방성훈 기자
2015.01.09 16:28:12
산업부, 석유·LPG 유통업계 간담회서 협조 요청
"지역·주유소별 가격차, 추가 인하요인 有" 사실상 압박
정유업계 "유가 하락 이미 반영..유류세 영향 더 커"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세종=방성훈 기자]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을 국내 석유제품·LPG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율적인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가격인하 압박이라며 정유 업계는 반발했다.
◇“지역·주유소별 가격차, 추가 인하요인 有”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서울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석유·LPG 유통협회 관계자,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석유 및 LPG 유통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국제 유가의 하락분이 국내 석유제품·LPG 판매가격에 적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유통업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일부 주유소는 지가와 임대료 등의 차이를 고려해도 국제 유가 인하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난방용 등유와 LPG 프로판의 경우 국제 시장 가격에 비해 국내 시장 가격 인하분이 작은데, 업계와 협회에서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국제 유가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배럴당 50달러 이상 하락했는데, 판매여건이 유사한 지역 내에서도 주유소별로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추가적인 가격 인하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 유가(두바이유)는 지난 7일 현재 배럴당 46.60달러로 지난해 1월(104.01달러)보다 약 50달러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이 1886.35원에서 1564.04원으로, 경유 가격은 1705.09원에서 1380.06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그런데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지역별·주유소별로 차이를 나타냈다.
전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서울시 관악구 내 휘발유 최고가와 최저가는 리터당 759원 차이가 났으며, 경유는 구로구에서 최고가격이 최저가격 대비 리터당 696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중에선 휘발유의 경우 대구 동구의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이 리터당 664원 차이를 보였으며, 경유는 인천 남동구에서 리터당 551원, 부탄은 광주 북구에서 리터당 245원의 가격차가 있었다.
산업부는 향후 석유 및 LPG 가격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알뜰주유소 확산,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경쟁 촉진을 통해 국내 석유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도 올해 3월부터 7대 광역시 내 구단위로 휘발유, 경유, 등유, LPG 가격이 비싼 주유소와 싼 주유소 5곳의 가격을 매주 발표해 주유소 간 가격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유가 하락 이미 반영..유류세 영향 더 커”
정유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요청에 이미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기름값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반박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환율을 감안한 국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455.2원이었다. 지난해 1월 첫째주보다 327.5원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가격은 877.1원에서 541.4원으로 335.8원 떨어졌다.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국내 휘발유 값이 더 많이 내렸다는 뜻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국제 제품가격 인하 요인을 이미 국내 공급가격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다만 큰 폭의 재고 손실 등 업계 사정이 어려운만큼 고유가 시대에 만들어졌던 알뜰주유소, 전자상거래 등 유통정책을 시장친화적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확보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정유사들의 가격 인하 노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고정돼 있는 유류세 영향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휘발유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49%에서 12월말 56%로 뛰어올랐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리터당 900원에 육박하는 세금은 인하하지 않은 채 주유소 유통마진을 줄이는 식으로는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휘발유 값을 리터당 1300원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300원 밑으로 내리라고 했다면 유류세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나중에 유가가 오를 때 세금을 또 올릴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부가 타겟팅을 정해서 얼마를 인하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소비자들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의견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