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지분이동은 지주사 방어"···의문 여전

by김국헌 기자
2009.07.07 19:29:52

(재종합)금호 2·3세, 산업 팔고 석유화학 지분 매입
그룹 지주사 `금호산업→금호석유화학`으로
금호 설명에도 금융권 "여전히 경영권 향배 의문"

[이데일리 신성우 김국헌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2·3세가 금호산업 지분을 처분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인 것은 일단 지주회사 경영권 강화 조치로 정리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 부자(父子)가 금호산업 지분 매각대금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이면서 세간에서는 형제간 계열분리설, 경영권 분쟁설 등이 돌았다.

금호는 이에 대해 "금호산업(002990)이 지주회사 요건을 상실해 금호석유(011780)화학 지주사 체제로 이행하기 위해, 대주주들이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고 7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대주주 지분 46%와 자사주 22%를 포함한 금호측 지분이 68%에 달해 경영권 강화 차원으로 보기 힘들다는 해석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양대 지배구조 체제에서 금호석유화학 단일 지배구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 변동이 있었다"며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는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비롯한 자회사들을 매각하는 과정에 있어 자산의 50% 이상을 계열사 지분에 투자해야 하는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것이 확실시 돼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금호는 지난 2006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지난 2007년 1월1일 금호산업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 수순을 밟았지만, 자회사 매각으로 지주회사를 금호산업에서 금호석유화학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업주 4남인 박찬구 그룹 화학부문 회장 부자는 최근 한 달여 동안 금호산업 지분(4.84%)을 전량처분했다. 대신에 지속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10.01%에서 18.20%로 확대했다.

또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와 고(故) 박정구 회장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도 금호산업 지분 일부인 2.05%를 금호렌터카에 넘기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각각 6.47%와 11.76%로 늘렸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박 상무(4.71%)와 박 부장(10.01%)의 지분보다 증가한 것이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양대 지주회사에서 금호석유화학 단일지주회사 체제로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형제간 협력했다는 설명이다.
 
한 그룹 고위 관계자는 "여전히 금호산업이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에 있는만큼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4남인 박찬구 그룹 화학부문 회장(오른쪽)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호측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금호석유화학은 매각 방침을 밝히기 훨씬 전부터 그룹 계열사들의 최고 정점에 있었다. 양대 지주회사 체제이면서도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 지분 19.03%를 소유한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호석유화학이 그다지 외부의 경영권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하기 전 대주주측 지분만 해도 58.9%에 달했다. 오너 일가 지분이 34.7%, 자사주도 22%나 됐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밝혔더라도 굳이 지금 시점에 와서 그룹 경영권 안정을 위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확대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찬구 회장 부자는 오너 일가간 `황금분할` 지분구도를 깨고 금호산업 지분 전량 처분 및 금호석유화학 지분 집중매입을 통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17.1%(434만주)로 확대하면서 박삼구 회장 부자(10.1%)와 격차를 7%포인트 차로 벌려놨다.

시장이 여전히 계열분리 가능성과 함께 그룹 전체의 경영권 향배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5남3녀를 둔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아들들은 순차적으로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으며 큰 분란 없이 형제경영 전통을 만들어왔다.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지난 1996년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지난 2002년 고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뜬 직후 삼남인 박삼구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2~4남 부자가 실질적으로 양대 지주회사 역할을 해 온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동등한 비율 균형에 맞춰 보유했던 것도 공동경영이란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동안 ▲고 박정구 회장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부자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 부자 등이 금호산업(지난 3월말 기준 4.84%)과 금호석유화학(10.01%) 지분율을 모두 동일하게 맞춰서 그룹을 지배해왔다.

그룹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선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 박재영 씨는 금호산업(2.41%)과 금호석유화학(4.65%) 지분을 이보다 낮은 비율로 보유해왔다.